[판문점 美北정상회담] 판문점서 남북미 정상 첫 회동
◇'자유의 집'서 53분간 사실상 미·북 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자유의 집 앞에 마중 나와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악수했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세 정상이 4분가량 환담을 나눌 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방문하게 된다면 세계의 중심에서 역사의 중요한 흐름에 있게 될 것"이라며 평양 초청 의사를 밝혔다. 오후 3시 59분부터 자유의 집 2층 회의실에서 미·북 정상 간 회동이 시작됐다. 그들 뒤로 성조기·인공기가 교차로 걸렸다. 문 대통령은 자리를 비켜줬다.
김정은은 모두 발언에서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친서를 보내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 말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으로 만날 것을 제안하신 사실을 오후 늦게야 알게 됐다"고 했다. 갑작스레 성사된 회동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만남이 곧 역사적 순간"이라며 "제가 SNS로 메시지 보낼 때 여기까지 안 와주셨으면 민망했을 텐데 감사하다"고 했다.
두 정상은 당초 20분 정도 회동할 것이란 예상을 훌쩍 넘어 약 53분간 함께했다. 사실상 '단독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회담 후엔 세 정상이 함께 자유의 집을 나와 MDL 앞에서 김정은을 배웅했다. 미 CNN에 따르면 김정은은 "우리는 다음에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만남이 주는 신호"라며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시사했다.
◇판문점 방문한 이방카 "초현실적"
이날 미·북 정상 회동 전 북측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었다. 전날 밤에도 미측과 의전·경호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김창선은 이날 행사 직전 자유의 집 앞에서 북측 경호 인력을 지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김정은을 '그림자 수행'한 인물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을 수행한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유엔사 군사정전위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 회의실은 MDL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에 걸쳐 있어 내부로 들어가면 북측 지역을 밟을 수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회의실을 나온 뒤
한편 미국 대통령 가운데 역대 다섯 번째로 DMZ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의 만남 전 군사분계선에서 25m 떨어진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다. 과거 이곳을 찾았던 미 대통령들은 군 통수권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군복을 입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에 양복 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