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르노삼성, 부산공장 가보니…
◇협력사들 "미칠 지경"
작년 10월부터 지난 25일까지 노조는 52차례 210시간 파업을 벌였고 2352억원 매출 손실을 냈다. 1차 부품사만 260여개, 인력 5만여명에 달하는 협력사들은 괴로워하고 있다.
27일 부산 강서구 과학산단로에 있는 한 부품 공장은 직원 한두 명만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한 직원은 "르노삼성 파업 때문에 생산 물량이 20~30% 정도 줄었다"면서 "걱정이 크다 보니 서로 르노삼성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품 업체 관계자도 "10여 년간 르노삼성에만 납품하면서 밥벌이를 해왔는데, 이대로 가면 해고를 넘어 폐업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품사협의회장인 나기원 신흥기공 대표는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지속하니 미칠 지경"이라며 "직원들은 출근했다가 일도 못하고 퇴근하는데, 월급은 월급대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도 특근·수당이 사라지니 현대·기아 쪽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럴 바엔 공장을 '셧다운'(일시 가동중단)해 휴업 급여라도 신청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부품사들이 세 번이나 호소 성명을 냈지만 노조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인근 상권도 침체돼 있다. 한 순대국밥집은 오후 1시쯤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식당 주인 A씨는 "5년간 이곳에서 장사했는데 지금이 최악"이라면서 "파업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금보단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르노삼성은 부산의 최대 규모 기업인데,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감원 태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노조 떼쓰기 안 먹혀
르노삼성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자동차 회사 중 유일하게 최근 5년여간 견실한 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올해는 물량을 받지 못하면 적자전환도 우려할 상황이다. 2017년 26만대로 정점을 찍고 작년 21만대까지 떨어진 르노삼성 생산량은 올해 17만대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작년의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모범적 노사 문화를 자랑했던 르노삼성은 작년 말 강성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 가입을 공약 사항으로 두고, 민노총과 공동 성명서를 내는 등 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식 '노조 떼쓰기'는 전쟁터와 같은 글로벌 시장에선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닛산의 올해 물량 40% 감축 통보가 이를 방증한다.
더욱이 르노 본사는 내년 출시하는 신차(한국명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려다 부산 공장보다 인건비가 싼 스페인 공장으로 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프랑스로 날아가 "아직 확정 짓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르노삼성 관계자는 "파업에 관대한 프랑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자동차 산업 격변기에 시장의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노조가 구식 투쟁만 고집하면 '패싱'(외면)당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