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소모적 논쟁으로 허송세월… 할 수 있는 건 당장 하자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원격 의료 첫 시범사업(서울대병원-연천보건소)을 실시했다. 그 후 20년이 흘렀지만 원격 의료 도입은 겉돌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 4개 유형에 한해 의료인과 환자의 원격 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 등이 다시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일본·중국 등은 원격 의료를 급속 도입하고 있다.
국내 의료와 IT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격 의료의 여건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그런데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로 '원격 의료'는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원격 의료는 흔히 '화상 진료'만을 떠올리지만, ▲원격 협진(의사·의료인이 의료 기술을 지원하고 조언) ▲원격 모니터링 ▲화상 진료 같은 비(非)대면 진료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원격 협진은 이미 국내에서 허용되고 있다. 원격 의료 논의의 틀을 바꾸거나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을 수는 없을까.
가장 현실적인 절충점은 원격 모니터링(remote monitoring)이다. 국내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고 환자에게도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영훈 대한부정맥학회 회장은 "무엇보다 심박동기나 삽입형 제세동기(ICD)의 원격 모니터링 허용이 시급하다"고 했다.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移植)하는 이 기기는 원래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장착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법률 규제로 그 기능을 차단해놓고 있다. 의사가 수시로 점검하다가 위험 상황을 알리면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 법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심박동기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酬價)를 인정하고 있다.
강희경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콩팥센터장은 "환자를 위해 자동복막투석기 원격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자동복막투석기기의 발전으로 깨끗한 복막액을 넣고 노폐물이 빠져나갔는지 감지·기록할 수 있는데, 의료진이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위급 상황에서도 신속 대처가 가능해진다. 현재 환자의 투석 정보를 기록해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기기들이 국내에 나와 있지만 원격 송수신 기능을 꺼놓고 있다. 의료법상 원격 의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건강관리 앱 서비스도 못해
'눔(Noom)'은 세계적으로 4800만명이 다운로드받은 스마트폰 건강관리 앱(App)이다. 미국에서는 이 앱으로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보험 수가를 적용받지만, 한국에선 의료법에 묶여 식단·체중관리 위주로만 서비스한다. 오명석 눔코리아 사업개발팀장은 "의료적인 메시지를 주면 의료법에 걸릴 소지가 있어 피해가고 있다"며 "모니터링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서비스하면 당뇨병 환자 등에게 실시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부터 미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다.
가장 현실적인 절충점은 원격 모니터링(remote monitoring)이다. 국내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고 환자에게도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영훈 대한부정맥학회 회장은 "무엇보다 심박동기나 삽입형 제세동기(ICD)의 원격 모니터링 허용이 시급하다"고 했다.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移植)하는 이 기기는 원래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장착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법률 규제로 그 기능을 차단해놓고 있다. 의사가 수시로 점검하다가 위험 상황을 알리면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 법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심박동기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酬價)를 인정하고 있다.
강희경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콩팥센터장은 "환자를 위해 자동복막투석기 원격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자동복막투석기기의 발전으로 깨끗한 복막액을 넣고 노폐물이 빠져나갔는지 감지·기록할 수 있는데, 의료진이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위급 상황에서도 신속 대처가 가능해진다. 현재 환자의 투석 정보를 기록해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기기들이 국내에 나와 있지만 원격 송수신 기능을 꺼놓고 있다. 의료법상 원격 의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건강관리 앱 서비스도 못해
'눔(Noom)'은 세계적으로 4800만명이 다운로드받은 스마트폰 건강관리 앱(App)이다. 미국에서는 이 앱으로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보험 수가를 적용받지만, 한국에선 의료법에 묶여 식단·체중관리 위주로만 서비스한다. 오명석 눔코리아 사업개발팀장은 "의료적인 메시지를 주면 의료법에 걸릴 소지가 있어 피해가고 있다"며 "모니터링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서비스하면 당뇨병 환자 등에게 실시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부터 미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당뇨병·고혈압·심장질환 환자 등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은 질병 관리에 유용하다"며 "데이터 분석 기술과 센서 발달에 따라 해외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관련 서비스가 최근 활발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원격 의료 분야에서 유형 구분 없이 전면 금지나 전면 허용 등으로 싸울 게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처럼 기술과 수요 측면에서 가능한 형태부터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격 의료의 효과와 개념 定義도 필요
원격 모니터링은 원격의료 반대 진영에서도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은 "대면(對面) 진료의 대체 수단으로 원격 의료 허용에는 반대하지만, 올 연말 시행 예정인 '1차 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본격화할 때 원격 모니터링을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원준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원격 모니터링도 의사(醫師)의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리료 등 수가를 주어야 한다"며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충분한 성과 지표가 있으면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 진단·처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진(誤診) 가능성 등은 기술 발전과 정밀한 제도 설계를 통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의사협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원격 모니터링 허용 시 대형 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한 의료 전문가는 "대형 병원은 연구 위주로 하고 동네 의원들이 모니터링에 따른 관리료를 받게 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코칭에서부터 처방까지 모두 다 허용하는 게 문제라면 우선 원격 진단만이라도 허용해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원격 의료에 대한 개념 정의와 논의 범위부터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외에선 허용되는 게 한국에서는 왜 안 되는지, 원격 의료에 앞서 해결해야 할 제도상의 모순은 무엇인지, 원격 의료의 의학적 근거와 효과 등을 본격 검증·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교수 인터뷰]
◇원격 의료의 효과와 개념 定義도 필요
원격 모니터링은 원격의료 반대 진영에서도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은 "대면(對面) 진료의 대체 수단으로 원격 의료 허용에는 반대하지만, 올 연말 시행 예정인 '1차 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본격화할 때 원격 모니터링을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원준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원격 모니터링도 의사(醫師)의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리료 등 수가를 주어야 한다"며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충분한 성과 지표가 있으면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 진단·처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진(誤診) 가능성 등은 기술 발전과 정밀한 제도 설계를 통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의사협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원격 모니터링 허용 시 대형 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한 의료 전문가는 "대형 병원은 연구 위주로 하고 동네 의원들이 모니터링에 따른 관리료를 받게 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코칭에서부터 처방까지 모두 다 허용하는 게 문제라면 우선 원격 진단만이라도 허용해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원격 의료에 대한 개념 정의와 논의 범위부터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외에선 허용되는 게 한국에서는 왜 안 되는지, 원격 의료에 앞서 해결해야 할 제도상의 모순은 무엇인지, 원격 의료의 의학적 근거와 효과 등을 본격 검증·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교수 인터뷰]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야 진료할 수 있는 현 시스템으로는 생활 속에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관리에 한계가 있다.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진료 가능한 '원격 모니터링·코칭'이 꼭 필요하다."
윤건호〈사진〉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화상 진료 허용 등을 놓고 소모적인 논란만 할 게 아니라 우선 가능하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원격 모니터링·코칭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2014~15년 1·2차 원격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원격 의료 전문가인 그는 "1000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만성질환자 가운데 75%가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있다"며 "만성질환자가 몇 달에 한 번 병원에 오는 것과 지속적으로 의사와 소통하며 코칭을 받는 것 중 어느 게 더 효과적이겠느냐"고 했다. "더 나은 진료를 위한 도구인 원격 의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격 모니터링 전격 도입이 힘들다면 '약을 줄여라, 늘려라' 같은 코칭까지만 허용하고 처방은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원격 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에 대해 "그간 의약 분업 과정 등에서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라며 "새로운 것을 도입하면서 보상을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수가를 깎는 등 희생을 다시 요구할까 봐 당사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뢰 구축을 위해 적절한 수가 보상 방안과 10년 원격 의료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윤건호〈사진〉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화상 진료 허용 등을 놓고 소모적인 논란만 할 게 아니라 우선 가능하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원격 모니터링·코칭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2014~15년 1·2차 원격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원격 의료 전문가인 그는 "1000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만성질환자 가운데 75%가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있다"며 "만성질환자가 몇 달에 한 번 병원에 오는 것과 지속적으로 의사와 소통하며 코칭을 받는 것 중 어느 게 더 효과적이겠느냐"고 했다. "더 나은 진료를 위한 도구인 원격 의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격 모니터링 전격 도입이 힘들다면 '약을 줄여라, 늘려라' 같은 코칭까지만 허용하고 처방은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