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 돼지가 네 돼지 맞느냐? 중국 AI는 척 보면 압니다

최만섭 2018. 9. 3. 10:05


이 돼지가 네 돼지 맞느냐? 중국 AI는 척 보면 압니다

  • 정한국 기자
  • 입력 : 2018.09.03 03:07

    - 돼지 얼굴 1분 내 인식
    중국 농장주, 돼지가 폐사하면 돼지 사진을 핑안보험사에 보내
    보험사 기존 돼지 사진과 비교… 농가 소유의 돼지 맞는지 분석

    중국 내 2위 보험사 핑안(平安)보험은 빅데이터를 핵심 무기로 적극 활용하는 회사다.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대출 상품도 권유한다. 이 과정에서 대출자에게 "현재 소득은 얼마냐" 등의 질문을 던진 뒤, 인공지능과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대출자들이 답변할 때 표정 등을 읽어낸 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자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분석도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사람에게는 대출할 때 좀 더 높은 금리를 매기기도 한다. 안면 인식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결합은 폐사(斃死)한 돼지에 대한 보상 업무에도 쓴다. 농가에서 돼지가 폐사하면 돼지 사진을 찍어서 보험사로 보내는데, 보험사는 기존에 보관해 둔 돼지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이를 비교해 이 돼지가 특정 농가 소유의 돼지가 맞는지 확인해 보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3만 장의 이상의 얼굴 사진을 99.8%의 정확도로 1분 안에 인식·분석하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돼지가 네 돼지 맞느냐? 중국 AI는 척 보면 압니다
    빅데이터(Big data)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데이터와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컴퓨터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갈수록 발전하고, IT가 확산해 일상의 많은 영역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핑안보험의 사례처럼 빅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인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2015년 1220억달러(약 136조원)에서 2020년 2100억달러(235조원)까지 70% 이상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 분야 빅데이터는 순도 높은 고품질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분류·분석이 쉽고 컴퓨터에 편하게 입력할 수 있는 숫자 형태로 되어 있고, 개인의 경제활동과 직결되는 자료인 데다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이 이미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금융 관련 분야부터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능력 맞춤형 대출로 금리 낮춘다

    세계 빅데이터 산업 규모 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세계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 트렌드는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분석해 경제적인 능력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계열 인터넷 은행인 마이뱅크와 텐센트 그룹의 위뱅크가 대표적이다. 과거 금융회사들은 개인의 예금·대출 등 금융 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대출 금리를 매기곤 했다. 하지만 이 경우 금융 거래가 많지 않은 학생이나 주부, 사회 초년생이 손해를 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마이뱅크나 위뱅크 등은 통신 요금을 얼마만큼 내고 밀리지는 않는지, 온라인 쇼핑 등을 얼마나 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금리에 반영했다. 금융 거래 기록이 많지 않아서 예전에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충분히 빚을 갚을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다. 2015년 생긴 마이뱅크는 올해 초까지 대출받은 고객만 700만 명이 넘고, 위뱅크는 작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핀테크 회사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소비자들이 가입한 모임의 정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활동 내역, 인터넷 접속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해주는 사업을 한다. 대출 신청자가 맞춤법이 얼마나 정확한지 등까지 1인당 1만여 개의 항목을 분석해 신용 분석을 할 정도로 빅데이터 기술을 정교화시켰다. 홍콩 핀테크 회사 렌도(Lenddo)는 개인의 인성 검사 결과, 고객의 SNS 활용 정도, 통신 기록 등 각종 행동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한 신용 평가 모델을 개발해 세계 20여국에 진출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효율적으로 연결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을 좀 더 쉽게 연결해주는 것도 빅데이터의 기능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신한카드 등을 중심으로 진출이 활발한 분야다. 미국 카드사 비자는 단골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둔 뒤 적재적소에 할인 쿠폰 등을 보내주는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예컨대 A라는 고객이 미국 뉴욕의 한 지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A고객의 위치와 그의 평소 소비 패턴, 단골 가게 등을 분석해 현재 A가 있는 곳 주변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보내주는 식이다.

    미국 신용정보회사인 엑스페리안(Experian)은 반대로 자영업자들에게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빅데이터를 제공한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어떤 물건이 많이 팔리는지 등의 정보를 줘서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빅데이터전략센터장은 "최근 해외에서는 금융회사가 아닌 곳들이 IT를 바탕으로 계량화되지 않은 사람들의 습관이나 행동 등의 정보를 수집해 신용 평가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빅데이터와 금융 분야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빅데이터는 다른 산업 키우는 기반

    보험 분야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이 장비를 실은 차를 운전할 때 얼마나 급제동을 자주 하는지, 운전 시간과 거리 등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급제동하는 일이 많지 않고, 운전 시간이 길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사고가 날 위험이 적다고 보고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해준다. 중국의 18개 보험사는 핀테크업체 앤트 파이낸셜이 개발한 손해사정 시스템 '딩순바오'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고객이 찍어 보낸 자동차 사진만으로 차량이 어떤 모델인지, 부서진 부품은 무엇인지 파악해 차량 손상에 대한 견적을 단 몇 초 만에 도출해 낼 수 있다.

    보험과 빅데이터의 결합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등 곳곳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자율주행차의 경우 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보상은 어떤 기준으로 할지 미리 분석하지 않으면 사실상 시중 판매나 상용화가 쉽지 않다. 자율주행차의 빅데이터를 미리 보험사가 분석해야 상품의 대중화가 가능한 셈이다. 이한진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금융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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