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잠금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두고 민노총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28일 민노총은 전국 14곳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같은 날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조합원 2명이 연행됐다. 경찰의 질서 유지선을 밧줄로 묶어 끌어낼 정도로 과격했다.
민노총은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했다. 이달 말엔 도심에서 대규모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다. 노사정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도 모두 중단하고 나왔다.
지난 4월 기준 민노총 조합원 숫자는 81만명. 전체 근로자 대비 가입률은 5%를 넘지 않는다. 그마저도 내부 참여가 저조해 지난해 12월 위원장 투표에선 집행부가 성명까지 내고 조합원 투표를 독려했다. 최종 투표율이 52.04%(12월 7일 기준)로 선거 무산 기준인 과반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을 자처하는 이 '거리의 권력'은 사회 각 분야에 '촛불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민노총의 일방통행은 그 산파 역할을 했던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친정을 향해 "너무 고집불통이고 양보할 줄 모른다"고 쏘아붙일 정도다. 무엇이 그들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이끄는 것일까.
지금은 민노총 전성시대
지금 대한민국은 민노총 전성시대다. 민노총이 제시하는 어젠다는 곧 노동정책으로 구현된다. 폭력 시위 등 때론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민노총의 자신감이 여기서 비롯된다. 민노총이 '노동 적폐'라 부르는 양대 지침(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은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을 백지화하면서 함께 폐지됐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민노총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친(親)노동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올랐고, 공공 부문에선 1년 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한창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오는 7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민노총 출신 인사들은 정부 내 요직도 꿰찼다. 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인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은 섬유노조 출신이다. 노동자와 기업, 정부 간 협의체인 노사정위원회를 이끄는 문성현 위원장은 금속산업연맹 출신이다. 그는 1990년대 민노총 설립에 핵심 역할을 했다.
민노총발(發) 낙하산은 노동과 무관한 곳에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엔 이석행 전 민노총 위원장이 임명됐다. 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됐다. 위원장 재임 시절에 "철도를 멈추고 전기를 끊는 총파업으로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던 인물이다. 폴리텍대는 전국 34개 캠퍼스로 구성된 직업교육 기관. 이 학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200여명이 반대 성명을 냈지만 고용부는 임명을 강행했다.
공권력도 무시하는 민노총
민노총의 이런 위세는 공권력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일까. 경찰은 유독 민노총에 관대하다. 지난 21일 민노총은 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을 제지하던 국회 사무처 직원 1명은 뇌진탕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조합원 2명을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지만, 이틀 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석방했다. 국회 담벼락을 넘어 경내 진입을 시도하던 조합원 12명도 공동 건조물 침입 혐의로 연행됐지만 조사 후 귀가했다. 폭력 시위에 불구속 수사는 이례적이다. "경찰이 노조 눈치를 보느라 불법 시위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민노총의 반발을 우려해 영장 집행을 망설이고, 그 결과 민노총 인사들은 공권력을 가볍게 여긴다. 지난해 11월 마포대교 남단에서 불법 농성을 주도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4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51일 만이었다. 건설노조 사무실에 은신해온 그는 출석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어 감옥에서도 투쟁을 하겠다"며 마치 투사처럼 행동했다. 지난해 12월 구속된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의 발부 시점은 2015년 12월이었다. 민노총의 반발을 우려한 경찰은 2년이나 시간을 끌었다. '경찰이 알면서도 잡지 않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민노총의 이런 '갑질'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집회·시위에서 경찰이 피해를 봐도 시위대의 위법 행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책임을 묻지 말라고 권고했다. "집회·시위로 인한 통상적 피해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경찰이 원고로 진행 중인 집회·시위 관련 소송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와 2015년 민중 총궐기 집회 등 6건. 모두 민노총 또는 그 산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 경찰 내부에선 "불법 시위가 많아져 공권력의 권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노총은 자신들의 주장 관철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1일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가석방 출소했다. 그는 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 집회 당시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었다. 경찰관 129명이 부상을 입고, 차량 52대와 장비 231점이 파손되는 등 '난동' 수준 이었다. 그는 경기 화성교도소 앞에서 "이 땅의 노동자 계급이 정치꾼들의 들러리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시 머리띠를 동여매겠다"고 했다. 31일엔 기자회견을 열고 "뒤틀린 반(反)노동 70년을 고쳐나가는 실력을 키워야 하고 이게 내가 감옥에서 나온 이유"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맞서 몽둥이를 맞을 사람이 필요했다"고도 했다.
민노총은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했다. 이달 말엔 도심에서 대규모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다. 노사정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도 모두 중단하고 나왔다.
지난 4월 기준 민노총 조합원 숫자는 81만명. 전체 근로자 대비 가입률은 5%를 넘지 않는다. 그마저도 내부 참여가 저조해 지난해 12월 위원장 투표에선 집행부가 성명까지 내고 조합원 투표를 독려했다. 최종 투표율이 52.04%(12월 7일 기준)로 선거 무산 기준인 과반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을 자처하는 이 '거리의 권력'은 사회 각 분야에 '촛불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민노총의 일방통행은 그 산파 역할을 했던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친정을 향해 "너무 고집불통이고 양보할 줄 모른다"고 쏘아붙일 정도다. 무엇이 그들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이끄는 것일까.
지금은 민노총 전성시대
지금 대한민국은 민노총 전성시대다. 민노총이 제시하는 어젠다는 곧 노동정책으로 구현된다. 폭력 시위 등 때론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민노총의 자신감이 여기서 비롯된다. 민노총이 '노동 적폐'라 부르는 양대 지침(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은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을 백지화하면서 함께 폐지됐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민노총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친(親)노동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올랐고, 공공 부문에선 1년 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한창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오는 7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민노총 출신 인사들은 정부 내 요직도 꿰찼다. 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인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은 섬유노조 출신이다. 노동자와 기업, 정부 간 협의체인 노사정위원회를 이끄는 문성현 위원장은 금속산업연맹 출신이다. 그는 1990년대 민노총 설립에 핵심 역할을 했다.
민노총발(發) 낙하산은 노동과 무관한 곳에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엔 이석행 전 민노총 위원장이 임명됐다. 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됐다. 위원장 재임 시절에 "철도를 멈추고 전기를 끊는 총파업으로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던 인물이다. 폴리텍대는 전국 34개 캠퍼스로 구성된 직업교육 기관. 이 학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200여명이 반대 성명을 냈지만 고용부는 임명을 강행했다.
공권력도 무시하는 민노총
민노총의 이런 위세는 공권력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일까. 경찰은 유독 민노총에 관대하다. 지난 21일 민노총은 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을 제지하던 국회 사무처 직원 1명은 뇌진탕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조합원 2명을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지만, 이틀 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석방했다. 국회 담벼락을 넘어 경내 진입을 시도하던 조합원 12명도 공동 건조물 침입 혐의로 연행됐지만 조사 후 귀가했다. 폭력 시위에 불구속 수사는 이례적이다. "경찰이 노조 눈치를 보느라 불법 시위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민노총의 반발을 우려해 영장 집행을 망설이고, 그 결과 민노총 인사들은 공권력을 가볍게 여긴다. 지난해 11월 마포대교 남단에서 불법 농성을 주도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4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51일 만이었다. 건설노조 사무실에 은신해온 그는 출석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어 감옥에서도 투쟁을 하겠다"며 마치 투사처럼 행동했다. 지난해 12월 구속된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의 발부 시점은 2015년 12월이었다. 민노총의 반발을 우려한 경찰은 2년이나 시간을 끌었다. '경찰이 알면서도 잡지 않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민노총의 이런 '갑질'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집회·시위에서 경찰이 피해를 봐도 시위대의 위법 행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책임을 묻지 말라고 권고했다. "집회·시위로 인한 통상적 피해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경찰이 원고로 진행 중인 집회·시위 관련 소송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와 2015년 민중 총궐기 집회 등 6건. 모두 민노총 또는 그 산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 경찰 내부에선 "불법 시위가 많아져 공권력의 권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노총은 자신들의 주장 관철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1일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가석방 출소했다. 그는 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 집회 당시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었다. 경찰관 129명이 부상을 입고, 차량 52대와 장비 231점이 파손되는 등 '난동'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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