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오래 함께 산 부부, 혈관질환도 닮는다

최만섭 2018. 5. 2. 10:30

오래 함께 산 부부, 혈관질환도 닮는다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입력 : 2018.05.02 09:26

만성질환의 가족력

배우자 고혈압 있으면 함께 앓을 가능성 2.5배
이상지질혈증은 자녀에게까지 영향 미쳐
같은 생활습관 누적된 탓

운동·체중 조절이 우선
부부 함께 건강 실천하면 성공할 확률 크게 높아져

만성질환 가족력
부부는 식습관·생활습관을 공유하면서 앓는 질환도 닮는다. 반대로 부부가 함께 건강을 관리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부부는 닮는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말투와 행동, 표정까지 비슷해진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건강이 나빠지면 다른 한 사람이 따라서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오래 함께 산 부부는 앓는 질환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가 부부 520쌍을 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부부 한쪽이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을 앓을 때 다른 한쪽에 이 질환이 따라 나타날 가능성은 각각 2.5배, 2배로 높았다. 비만과 우울증 역시 1.7배, 3.8배였다.

부부가 같은 질환을 앓는 이유에 대해 김영식 교수는 "오랜 기간 함께 살면서 식습관·운동습관 등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라며 "함께한 세월이 길수록 공통으로 갖는 위험인자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연구에서 부부는 생활습관 대부분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이 아침을 거르면 다른 한쪽이 함께 거를 확률이 7배로 높았다. 한쪽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한쪽도 하지 않을 위험이 2.4배, 한쪽의 식생활이 불규칙할 때 다른 한쪽이 불규칙할 위험은 3.8배로 높았다.

◇이상지질혈증, '가족력'이 주요 위험인자

부부뿐 아니라 부모·자식 간에도 질병은 닮는다. 이상지질혈증이 대표적이다. 가족력은 매우 중요한 위험인자로 꼽힌다. 부모·형제 중 하나라도 비교적 젊은 나이(남성 55세 미만, 여성 65세 미만)에 협심증·심근경색이 발병했다면, 자신도 이상지질혈증 위험군으로 간주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수도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 불리는 질환이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대부분 나쁜 생활습관이 누적돼 중년 이후에 발생하지만, 이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유전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중년 이후 핏속 콜레스테롤 농도가 220~250㎎/㎗ 이상이다. 반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16세 미만일 때 이미 260㎎/㎗을 넘고, 성인이 되면 400㎎/㎗에 달한다. 당연히 합병증 위험도 크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1만1908명을 조사했는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심근경색·협심증 증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22배나 높았다.

◇체중 5%만 줄여도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돼

문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을 포함한 이상지질혈증을 앓아도 심뇌혈관질환이라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또 다른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병과 비슷하다.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고, 합병증이 나타나고 나서는 관리가 매우 어렵다. 세 질환은 안 좋은 생활습관이 누적되면서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이런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구체적인 관리법은 익히 알려진 것들이다. 우선은 살을 빼야 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5~10%만 줄여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된다'고 설명한다.

살은 운동으로 뺀다. 30분 이상 속보·조깅·수영·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중성지방이 감소하고 HDL콜레스테롤은 증가한다. 근력 운동은 기초대사량이 증가하면서 잉여 열량이 지방으로 변해 혈액에 섞이지 않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

식단 조절도 중요하다.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 섭취를 제한하고 불포화지방산 섭취를 늘려야 한다. 포화지방산은 소고기·돼지고기에 붙은 비곗살, 닭·오리의 껍질, 버터, 야자유에 많다. 트랜스지방산은 마가린·쇼트닝에, 불포화지방산은 등푸른생선에 많다.

탄수화물 역시 과다 섭취에 주의한다. 특히 흰쌀을 과다 섭취하면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짙어진다. 반면,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해조류·채소는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이는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관리도 부부가 함께하면 최대 '8배' 효과

이런 노력을 기울일 때로 혼자보다는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좋다. 같은 질환을 앓으면 말 그대로 '동병상련'을 느낀다. 어려운 순간에 서로 의지가 된다. 자연스럽게 관리도 함께 하게 된다. 이상지질혈증을 예로 들면, 함께 이상지질혈증에 좋은 식단을 챙기고 운동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 효과는 배가된다. 마라톤에서 누군가 함께 뛰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부부 6702쌍을 대상으로 건강습관을 조사했다. 한 명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다른 한 명이 따라 시작할 가능성은 1.5~1.6배로 높았다. 금연은 더욱 효과가 있었다. 함께 금연할 확률이 7.5~8.5배나 됐다. 금주는 5.1~5.4배, 정기 건강검진을 빼먹지 않을 가능성은 1.8~1.9배로 높았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1/20180501014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