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서남북] 中 화웨이, '삼성전자 타도' 호언하다

최만섭 2018. 3. 30. 06:34

[동서남북] 中 화웨이, '삼성전자 타도' 호언하다

세계 스마트폰 3위인 中 기업 "3년 뒤 애플·삼성 꺾겠다"
중국은 民官 뭉쳐 맹추격… 한국 기업은 友軍 없이 苦戰

호경업 산업2부 차장
호경업 산업2부 차장
"중국 화웨이(華爲)가 무서워요."

오랜만에 만난 공대 J교수가 한 말이다. 화웨이는 3월 현재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스마트폰 3위에 오른 IT(정보기술) 기업이다. 공공연하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모두 제치고 3년 후인 2021년에는 1위에 오르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차·스마트폰을 연구하는 J교수는 2011년부터 8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세계 3대 IT 전시회인 미국 CES와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독일 IFA에 참석해 왔다. 민간 연구자로서 기술 전쟁의 최전선을 지켜보는 그는 "요즘 전시회를 가보면 기술 주도권의 지각변동을 느낀다"고 했다.

인민해방군에 통신장비를 납품하며 커 온 화웨이는 5년 전만 해도 "삼성을 벤치마킹한다"는 말로 자신들을 설명했다. 반도체·스마트폰·통신장비 등 삼성이 벌이는 사업은 무조건 다 따라 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 뒤집힌 것은 최근 1~2년 사이라고 한다. 한 달이 멀다 하고 화웨이가 인공지능(AI) 반도체·스마트폰·5세대 이동통신(5G) 분야에서 세계 최초·최고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J교수는 "막혔던 봇물이 터지는 듯한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화웨이는 작년 9월 독일 IFA에서 AI 반도체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아직까지 AI 칩을 스마트폰에 넣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가 만든 AI 프로세서에는 캄브리콘이라는 중국 기업의 기술이 들어갔다. 캄브리콘은 중국과학원의 컴퓨팅연구소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한 AI 기술이 자국 민간 기업에 적용된 것이다.

올 1월 CES에 참석한 리처드 유 화웨이 CEO는 "인공지능 칩을 장착한 우리 스마트폰이 갤럭시노트8에 비해 16.6배, 아이폰X에 비해 1.5배의 이미지 인식 속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서 경쟁사 제품을 실명(實名)으로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성능 비교까지 한 것이다. 석 달 뒤인 이달 27일엔 프랑스 파리에서 후면(後面)에 카메라 렌즈 3개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처음 내놨다. 중국 정부와 10년 전부터 공동 연구해온 5G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만나는 업계 관계자들은 "10~20년 전 삼성·LG가 성장하던 때를 연상시키는 빠른 의사 결정, 패기와 열정을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에서 지금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J교수가 올 1월 CES에서 만난 한국계 실리콘밸리 기업인이 털어놓은 증언이다.

"신기술을 들고 한국 대기업을 먼저 찾아갔더니 과장급이 나와 내부 보고와 의사 결정을 하느라 한참 시간이 걸렸는데, 화웨이는 임원급이 나와 바로 결정하더군요." 이 업체의 기술은 곧바로 화웨이의 신제품에 장착됐다.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통신업체가 조건을 제시하면 화웨이가 3개월 내 가장 신속하게 그에 맞는 제품을 갖고 온다"는 말이 돈다.

이달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투자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경쟁을 걱정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경영진은 "(중국의) 단기간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기술 격차 벽이 쉽게 줄지
않는다.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쌓여 있던 문제점을 고쳐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기업이 쉽게 추월을 허용할 것이라고 믿고 싶진 않다. 하지만 민관(民官)이 하나가 돼 도전하는 중국 기업과 반(反)기업 정서 방어에 급급한 한국 기업들의 대결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세계 시장이란 전쟁터에서 한국 기업들은 우군(友軍) 없이 외로이 싸우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9/20180329034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