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온 근로시간 단축] [5] 경쟁력 높이려 '35시간 근무' 수술
"35시간 일해선 세계시장 못잡아" 노사 합의로 자체 근로시간 결정
마크롱 취임후 대대적 노동개혁… 초과근로 수당엔 세금면제 추진
지난 19일(현지 시각) 저녁 8시 프랑스의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들이 대거 몰려 있는 산업단지인 파리 13구의 '스타시옹 에프(Station F)'. 기차역을 개조한 3만4000㎡ 공간에 1000개 스타트업, 3000여명이 일하는 곳이다.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수백명의 젊은이가 책상에 앉아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온라인 마케팅 회사 '비즈니스 디지털'의 프랑크 파리앙티 대표는 "(나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매주 60시간 이상 근무하고, 직원들도 45~49시간 정도 일한다"면서 "법정 근로시간인 35시간만 일해서는 세계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제, 강력한 산별 노조 등 '근로자의 천국' 프랑스가 바뀌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과도한 노동 규제와 세계 최저 수준의 근로시간을 현실에 맞게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3000여페이지의 노동법을 뜯어고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노동 개혁을 통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35시간제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 합의로 자체적인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게 했다.
◇르 피가로 "35시간 근로제로 사회적 비용 연간 26조원대"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지난달 35시간 근로제 시행 20년에 대한 특별 기획 기사를 통해 "프랑스는 35시간제에 따른 비용을 치르느라 허덕거리는 나라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금 등 사회보장 비용이 연간 200억유로(약 26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수백명의 젊은이가 책상에 앉아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온라인 마케팅 회사 '비즈니스 디지털'의 프랑크 파리앙티 대표는 "(나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매주 60시간 이상 근무하고, 직원들도 45~49시간 정도 일한다"면서 "법정 근로시간인 35시간만 일해서는 세계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제, 강력한 산별 노조 등 '근로자의 천국' 프랑스가 바뀌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과도한 노동 규제와 세계 최저 수준의 근로시간을 현실에 맞게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3000여페이지의 노동법을 뜯어고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노동 개혁을 통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35시간제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 합의로 자체적인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게 했다.
◇르 피가로 "35시간 근로제로 사회적 비용 연간 26조원대"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지난달 35시간 근로제 시행 20년에 대한 특별 기획 기사를 통해 "프랑스는 35시간제에 따른 비용을 치르느라 허덕거리는 나라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금 등 사회보장 비용이 연간 200억유로(약 26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1998년 프랑스 의회는 임금 감소 없이 주당 39시간이던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의도한 대로 굴러갔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은 1998년부터 5년간 프랑스에서 일자리 35만개가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비효율이 쌓여갔다. 근로시간만 10% 줄고 임금은 유지하는 정책 때문에 생산성은 떨어지고 기업의 비용 부담은 늘었다. 게다가 산별 노조가 강력한 협상력을 앞세워 35시간을 넘어가면 통상임금보다 시급을 25% 이상 지급하고, 8시간이 넘어가면 50% 이상 지급하는 안을 관철시켰다.
프랑스의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으로 연 14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0시간 가까이 적다. 반면 프랑스의 시간당 인건비는 35.6유로(약 4만6900원)로 유럽연합 평균(25.4유로)보다 40% 높다. 이런 고비용 구조 탓에 프랑스의 실업률은 2009년부터 작년까지 9년 연속으로 9%대에 머물렀다. 미국(4.1%), 영국(4.3%), 독일(3.7%)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마크롱, 중소기업부터 35시간제 수술
역대 프랑스 정부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좀처럼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6년 경제부 장관 시절 "좌파는 프랑스가 더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회사와 근로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유연한 근로시간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자 50명 미만 기업은 근로시간을 사내 노조가 아닌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선발한 대표가 협상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20명 미만 기업은 근로자 각자가 사측과 협상해 결정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2016년 올랑드 정부는 근로시간에 대해 산별 노조 협약보다 개별 기업 협약을 우선 적용하도록 바꿨다. 산별 노조가 35시간 초과시 턱없이 높은 초과 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압력을 넣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지난달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020년부터는 35시간을 초과해 지급하는 수당에 대해서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비효율이 쌓여갔다. 근로시간만 10% 줄고 임금은 유지하는 정책 때문에 생산성은 떨어지고 기업의 비용 부담은 늘었다. 게다가 산별 노조가 강력한 협상력을 앞세워 35시간을 넘어가면 통상임금보다 시급을 25% 이상 지급하고, 8시간이 넘어가면 50% 이상 지급하는 안을 관철시켰다.
프랑스의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으로 연 14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0시간 가까이 적다. 반면 프랑스의 시간당 인건비는 35.6유로(약 4만6900원)로 유럽연합 평균(25.4유로)보다 40% 높다. 이런 고비용 구조 탓에 프랑스의 실업률은 2009년부터 작년까지 9년 연속으로 9%대에 머물렀다. 미국(4.1%), 영국(4.3%), 독일(3.7%)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마크롱, 중소기업부터 35시간제 수술
역대 프랑스 정부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좀처럼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6년 경제부 장관 시절 "좌파는 프랑스가 더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회사와 근로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유연한 근로시간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자 50명 미만 기업은 근로시간을 사내 노조가 아닌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선발한 대표가 협상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20명 미만 기업은 근로자 각자가 사측과 협상해 결정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2016년 올랑드 정부는 근로시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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