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英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별세
21세에 루게릭병, 55년간 투병… 온몸 마비돼 눈꺼풀 움직여 소통
우주 기원 밝힌 책 '시간의 역사' 237주 베스트셀러 기네스북
생전 "인공지능이 인류 위협"
55년동안 휠체어에서 투병한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76세로 별세했다. 호킹의 가족은 14일(현지 시각)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며 그의 별세를 알렸다. 호킹 교수는 현대 우주론을 정립해 과학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수많은 과학서적과 강연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과학과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알렸다. 1988년 발표한 과학대중서 '시간의 역사'는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237주 동안 오르는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시립대의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 교수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인슈타인 이래 호킹 교수만큼 전 세계 수천만명에게 상상력을 주고 사랑을 받은 과학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호킹 교수가 세상을 떠난 날은 아인슈타인의 생일이었다.- ▲ 그토록 사랑했던 우주로 떠나다 -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14일(현지 시각) 76세로 눈을 감았다. 그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우주 영상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호킹 교수는 병이 악화되는 도중에도 우주론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핵심 연구 대상은 엄청난 중력이 작용해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간인 블랙홀이었다. 그는 1970년 케임브리지대 동료 수학자인 펜로즈와 함께 수학 연구를 통해 우주가 블랙홀의 한 점(點)에서 시작됐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이 점이 바로 특이점(singularity)이다. 펜로즈는 힘의 크기를 알 수 없으며 어떤 물리법칙도 적용되지 않는 영역으로 특이점을 설명했다. 펜로즈가 먼저 블랙홀 한가운데 특이점이 있음을 증명했고, 이어 호킹이 우주도 특이점에서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호킹 교수는 1974년 32세에 영국 왕립학회 최연소 회원이 됐다. 1977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루커스 석좌교수가 됐다. 이 자리는 아이작 뉴턴, 찰스 배비지, 폴 디랙 등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이 거쳐갔다.
호킹 교수는 최근에는 각종 연설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다른 행성에서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8일 미국 방송사 큐리오시티스트림사가 인터넷에 방영한 다큐멘터리 '좋아하는 곳들(Favorite Places) 2'에 출연해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지구도 머지않아 금성처럼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과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킹 교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등과 함께 인공지능(AI)이 무기에 악용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며 무기용 로봇의 금지를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부들은 호킹 교수와 의기투합해 지구에서 4.3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별에 우표만 한 초소형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떠나는 날까지 인류를 걱정한 것이다. 호킹 교수는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이제 어느 우주를 탐험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