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어쩌다 이 지경… 勞·使 모두 위기 키웠다]
GM 유럽서 쉐보레 철수 이후 한국GM, 수출물량 직격탄
매출원가는 타사보다 10%p 높아
한국GM 2조 적자 보는 와중에도 근로자 연봉은 19% 올라
군산 공장 폐쇄에 이어 한국 전면 철수 기로에 놓인 한국GM의 몰락은 노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 글로벌 본사의 전략 변화와 차량 경쟁력 저하 등 사측의 경영 실패에 생산성이 낮고 적자가 나는데도 끊임없이 임금을 올려 받은 노조의 이기주의가 겹치면서 현재의 위기를 만들어냈다.전문가들은 이런 상태에서 한국GM에 대한 '묻지마식 자금 지원'은 단기적인 생명 연장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GM이 살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략 바꿔 한국GM 희생
한국GM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는 제품 경쟁력 저하가 꼽힌다. 한국GM은 2016년까지만 해도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이 잘 팔리며 현대·기아차에 이은 내수 시장 3위를 굳건히 지켰다. 2016년 내수 판매량은 18만275대로 내수 점유율이 9.9%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제품 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다. 군산 공장에서 생산해 작년 2월 내놓은 신차 '올 뉴 크루즈'는 불량이 생겼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도 출시한 지 오래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작년 한국GM의 내수 판매량(13만2377대)은 2016년보다 26.6% 급감했다.
- ▲ 군산공장 노조 “폐쇄결정 철회, 경영진 퇴진하라” - 14일 오전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에서 노조원들이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GM은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고, 2100여명의 근로자는 희망퇴직 대상으로 분류됐다. /뉴시스
고비용 구조도 문제다. 한국GM의 매출 원가율(매출 대비 매출 원가의 비율)은 2009년부터 90%대에 진입했고 2015년 96.6%, 작년 93.2%였다. 현대차(76.72%)·쌍용차(83.6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 때문에 GM 본사가 한국GM에 높은 가격으로 부품을 팔고,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사들여 이득을 챙긴다는 '이전 가격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GM이 본사에 지급한 R&D 분납금(1조8580억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적자에도 인상 임금 받은 노조
낮은 노동생산성도 문제였다. 한국GM을 포함한 한국 차 업체의 생산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 148개의 생산성을 비교한 '하버리포트(2016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GM의 군산 공장은 130위다.
GM 본사는 고임금 구조를 깨지 않으면 한국 시장에 남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댄 암만 GM 총괄 사장은 GM의 한국 시장 잔류 조건 중 하나로 '노조의 임금 삭감 동의'를 내걸고 있다. 자동차학회장을 지냈던 유지수 국민대 총장도 "고임금에 낮은 생산성인 근로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GM이 제대로 회생하긴 어렵다"며 "노동법 개정을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폐쇄 조치가 결정된 군산 공장 노조는 14일 집회를 열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부평 공장 사장실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도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장 폐쇄 결정 취소와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고 사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오는 22일 총파업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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