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2018.02.09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꿈꾸듯 신비한 연기

최만섭 2018. 2. 12. 10:20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꿈꾸듯 신비한 연기

[메드베데바, 피겨 단체전 싱글 쇼트에서 81.06점 세계新]

부상 딛고 3회전 연속 점프 등 고난도 기술 완벽하게 소화
작년 본인이 세운 세계新 또 깨… 러시아 후배 자기토바와 金 경쟁

쇼팽의 '녹턴'이 흐르는 2분 49초간 모든 이의 시선이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선수에게 쏠렸다.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는 11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강릉 아이스아레나)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단체전에 참가한 10개국 선수 중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81.06점. 지난해 자신이 세웠던 종전 세계 최고 점수를 깨는 신기록이었다.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1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유려한 몸짓으로 은반을 수놓고 있다.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1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유려한 몸짓으로 은반을 수놓고 있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 자격으로 평창에 온 메드베데바는 이날 자신이 갖고 있던 쇼트 프로그램 세계 최고점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메드베데바는 다른 선수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기량을 선보였다. 스핀과 스텝 시퀀스로 경기를 시작했으며, 점프의 배점이 기본점의 1.1배로 높아지는 경기 중반 이후 점프 3개를 몰아 뛰었다. 지난달 유럽선수권 때는 더블 악셀에서 실수를 하며 기술 점수가 약간 떨어졌지만 이날은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고득점에 성공했다.

메드베데바는 지난 2년간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었다. 철옹성 같던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10월 오른 발등뼈 미세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을 참고 출전한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에서 모두 1위를 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는 상태가 심각해져 3주간 깁스를 하며 운동을 쉬어야 했다. 이후에도 몸이 완전해지지 않아 작년 말 자국 선수권대회를 건너뛰었다. 2017 세계선수권 우승자의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 티켓은 확보한 상태라 무리하지 않았다. 메드베데바가 자리를 비운 사이 훈련 동료인 알리나 자기토바(16)가 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 선수권 1위를 하며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 유럽선수권에서도 메드베데바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하지만 메드베데바는 일본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개인전 전망도 밝혔다. 단체전 여자 프리 경기엔 메드베데바 대신 자기토바가 나서기로 했다.

최다빈이 11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핀 연기를 하고 있다(왼쪽).
최다빈이 11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핀 연기를 하고 있다(왼쪽). 아이스댄스 쇼트 댄스에 나선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오른쪽 위)은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 민유라의 목 뒤쪽 의상 연결 부분이 끊어진 것(오른쪽 아래)이다. /연합뉴스
남녀 싱글·페어·아이스댄스 쇼트 경기까지 상위 5위에 든 국가(캐나다· OAR·미국·이탈리아·일본)는 11일 페어 프리스케이팅, 12일 남녀 싱글 프리스케이팅과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 결과까지 합해 메달을 다툰다. 한국은 11일 최다빈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6위,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아이스댄스 쇼트 댄스에서 9위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 점수에선 10개국 중 9위에 그치며 결선 형식인 프리스케이팅(댄스) 진출권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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