電動化엔 유리하고 충전 인프라가 문제… 脫원전 상황에선 주도권 쥐기 힘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고속도로에서 현대자동차가 만든 수소차 넥쏘에 시승했다. 자율 주행 기능을 장착한 차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3월 청와대 경내에서 현대차의 첫 번째 수소차인 투싼을 정몽구 회장과 함께 시승했다. 그런 후 산업자원부가 수소 경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3년 지났는데 국내 수소차는 200대가 안 된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연두교서에서 "오늘 태어난 아이의 첫 번째 차가 수소차가 되게 하겠다"고 했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는 2002년 3월 "수소차를 3년 안에 실용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9월 기준 전 세계 수소 승용차는 5660대에 불과하다.
대안(代案)은 전기차와 수소차일 것이다. 둘 다 전기 모터가 동력이다. 배기가스가 안 나오고 소음도 거의 없다. 더구나 미래형 자율 주행차는 전기차, 수소차라야 제대로 구동된다. 자율차는 많은 센서와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고 주변 상황을 시시각각 그래픽으로 변환시켜 엄청난 양의 정보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석유차 배터리 용량은 고작 1㎾h 수준이다. 100W 전구 10개를 한 시간 켜면 소진된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에 전기를 30㎾h, 많으면 60㎾h까지 보관한다. 수소차는 용량이 더 크다. 넥쏘는 연료탱크에 6.33㎏ 수소를 담는데 이걸 60% 효율로 전기로 바꿀 경우 120㎾h가 된다. 전동화(電動化)에는 수소차가 배터리 전기차보다 훨씬 유리하다.
수소차는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의 단점도 없다. 넥쏘는 한 번 충전으로 600㎞를 간다. 충전에 5분이면 된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으로도 30분 걸리고 주행거리는 200~300㎞ 수준이다. 그러나 수소차는 충전 인프라를 새로 깔아야 한다. 국내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1500기 보급돼 있다. 수소 충전소는 14곳뿐이다. 굴러다니는 수소차가 없는데 누가 충전소를 세울 것이며, 충전소가 없는데 누가 수소차를 사겠느냐는 '닭과 달걀'의 문제에 봉착한다. 수소 충전소 한 곳 짓는 데 20억, 30억원 든다. 도심에 충전소를 세우려면 폭발 우려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극복해야 한다.
수소차는 에너지 손실(損失)도 크다. 수소는 맹물에서 공짜로 만들어지는 무한 에너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에너지의 60%가 없어지는데 그렇게 해서 만든 전기를 갖고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 때 또 상당 부분 전기가 사라진다. 그 수소를 자동차 연료탱크로 운반-주입하기까지 또 일부 에너지가 소실되고, 수소를 전기로 바꿔 모터를 돌리는 데 다시 40% 에너지가 없어진다. 경우의 수마다 계산이 복잡하겠지만, 수소차 에너지 효율은 전기차의 절반 정도라는 연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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