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게 싫다… 혐핫 신드롬] [2]
핫 플레이스 피해다니는 사람들
조용하고 나만 알던 숨은 장소… 소셜미디어 소문에 예약도 어려워
"보물 찾듯 은밀한 기쁨 있었는데 몰리는 인파에 찾지 않게 돼"
직장인 최모(33)씨는 최근 서울 논현동 단골식당을 찾았다가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평소와 달리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최씨가 개업 때부터 조용히 술 한잔하고 싶을 때 찾던 장소였다. 몇 달 전 소셜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이젠 한 달 전 예약하기도 힘든 곳이 돼버렸다. 최씨는 "그놈의 '핫 플레이스'가 뭔지, 괜찮은 곳 찾았다 싶으면 금세 사람들이 몰려왔다 빠져나간다"며 "새 단골집을 어디에서 또 찾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혐핫(嫌HOT·핫한 것을 혐오하는 것) 신드롬'은 "유명해지는 것 싫으니 우리 가게 오지 말라"는 움직임 외에도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가기 싫다"는 소비자 심리로 번져가고 있다. '핫하다'는 곳은 온갖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붐비고 또 그만큼 빨리 거품이 빠지면서 썰렁해지기 때문이다.
'혐핫(嫌HOT·핫한 것을 혐오하는 것) 신드롬'은 "유명해지는 것 싫으니 우리 가게 오지 말라"는 움직임 외에도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가기 싫다"는 소비자 심리로 번져가고 있다. '핫하다'는 곳은 온갖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붐비고 또 그만큼 빨리 거품이 빠지면서 썰렁해지기 때문이다.

'핫플(핫 플레이스)이 망플(망한 플레이스) 된다'는 말은 '핫 플레이스의 역설(逆說)'을 설명해준다. 특정 가게가 갑자기 '핫플'이 되면서 사람이 몰리면 이를 따라 비슷한 가게가 주변에 여럿 생기고, 그러다가 오히려 원조 가게가 망하는 경우다. 서울 삼청동 D떡볶이집이 이런 경우다. 이 집 사장 지모(49)씨는 "한 달 매출 3000만~4000만원을 유지하다가 5~6년 전 삼청동이 갑자기 뜨면서 우리 집과 비슷한 곳이 잔뜩 생겼고, 이후 매출도 월 14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요즘 2030세대 중엔 '혐핫 신드롬' 때문에 아예 노포(老鋪)를 찾아다니는 경향이 생겼다. 직장인 한모(35)씨는 한동안 서울 성수동 빵집이나 연남동 골목 카페를 찾아다녔지만 최근 다 그만뒀다. 한씨는 "숨은 가게를 찾아내는 은밀한 기쁨이 있었는데 금세 소셜미디어에 알려져 다들 몰려온다"며 "촌스럽고 투박해도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낡은 식당에 가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요즘 2030세대 중엔 '혐핫 신드롬' 때문에 아예 노포(老鋪)를 찾아다니는 경향이 생겼다. 직장인 한모(35)씨는 한동안 서울 성수동 빵집이나 연남동 골목 카페를 찾아다녔지만 최근 다 그만뒀다. 한씨는 "숨은 가게를 찾아내는 은밀한 기쁨이 있었는데 금세 소셜미디어에 알려져 다들 몰려온다"며 "촌스럽고 투박해도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낡은 식당에 가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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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도 '혐핫 신드롬'을 겪고 있다. 재작년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 불면서 당시 이 게임을 할 수 있었던 울산 간절곶 해수욕장과 강원 속초에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썰렁해졌다. 제주 애월읍 역시 2~3년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핫해진' 곳이다. 잡지사에 다니는 심모(39)씨는 "제주 좀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애월에 가지 않는다. 차라리 전형적인 관광명소라며 찾지 않던 성산읍 쪽을 더 많이 다닌다"고 했다. 작년 TV 프로그램 '윤식당' 때문에 인기가 치솟았던 인도네시아 롬복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작년 9월만 해도 이 여행사를 통해 롬복을 찾은 관광객은 1900명가량이었으나 올 1월 8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혐핫'이란 흐름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안알랴줌' '#비밀이야' 같은 태그가 유행하는 것 으로도 알 수 있다. '이런 곳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던 단계를 지나 '이곳이 어딘지 알려줄 수 없다'고 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인수 정신분석의는 "남 좋다는 걸 따라해야 맘 편한 문화, 남의 인정에 늘 목마른 우리 특유의 성정 때문에 핫한 것을 따라다니는 현상이 생겼고, 그것이 지나쳐 끝내 핫한 것을 싫어하는 트렌드까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작년 9월만 해도 이 여행사를 통해 롬복을 찾은 관광객은 1900명가량이었으나 올 1월 8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혐핫'이란 흐름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안알랴줌' '#비밀이야' 같은 태그가 유행하는 것
이인수 정신분석의는 "남 좋다는 걸 따라해야 맘 편한 문화, 남의 인정에 늘 목마른 우리 특유의 성정 때문에 핫한 것을 따라다니는 현상이 생겼고, 그것이 지나쳐 끝내 핫한 것을 싫어하는 트렌드까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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