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 작가 이미경의 구멍가게 오후 3시]
- 기억 속의 그곳
가게 앞마당에 있었죠…잘려나간 나무들의 흔적
오래된 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이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펜화 작가 이미경의 구멍가게 오후 3시](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1/12/2018011201413_0.jpg)
오후 세 시는 여백의 시간. ‘구멍가게 오후 세 시’를 연재한다. 액정 화면에서는 누리기 힘든 차 한잔의 여유다. 찻집 주인은 지난해 ‘조선일보 올해의 저자 10’으로 꼽힌 서양화가 이미경(48)씨.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남해의봄날刊)로 펜화 에세이라는 장르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담아낸 작가다. 20년째 전국 구멍가게를 그려온 작가의 섬세한 온기를 만날 기회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1/12/2018011201413_1.jpg)
"작가님, 어떤 할아버님이 전화하셔서 100년 된 살구나무가 있는 산척의 구멍가게가 어디인지 꼭 알려달라고 하시는데요?"
첫 연재가 나간 후 신문을 보신 분이 그곳이 어디인지 궁금해서 문의를 하셨답니다. 그림 속 구멍가게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선뜻 알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구멍가게 모습만 기억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마을 초입에서 정겨운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그림에 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때의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이제 그림으로만 남았습니다.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가끔 반세기 전 기품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도, 어떤 곳은 지붕과 벽이 새롭게 바뀌기도, 가게 앞 커다란 나무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림의 모티브가 되는 실제 가게들을 저만의 상상으로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재구성하고 되살려냅니다.
낡고 오래된 가게에 왜 그렇게 연연하느냐 묻겠지만 그곳이 바로 우리네 삶의 모습과 기억이 함께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H.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발견에서 미래의 안목을 키우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것. 지난 시간의 모습을 볼품없고 낡았다는 이유로 소홀히 여긴다면 우리는 그만큼 현재를, 더 나아가 미래의 삶에서 깊이와 넓이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삼우슈퍼의 앞마당에는 커다란 향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바라보고 있자면 바람이 부는 듯 마음도 설렙니다. 고흐의 그림 속 삼나무처럼 비틀고 굽이쳐 제멋대로지만 하늘로 오르는 열정을 멈추진 않습니다. 굳건하게 한 시대를 지켜온 삼우슈퍼와 향나무는 그렇게 서로 닮아 있습니다.
첫 연재가 나간 후 신문을 보신 분이 그곳이 어디인지 궁금해서 문의를 하셨답니다. 그림 속 구멍가게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선뜻 알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구멍가게 모습만 기억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마을 초입에서 정겨운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그림에 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때의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이제 그림으로만 남았습니다.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가끔 반세기 전 기품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도, 어떤 곳은 지붕과 벽이 새롭게 바뀌기도, 가게 앞 커다란 나무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림의 모티브가 되는 실제 가게들을 저만의 상상으로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재구성하고 되살려냅니다.
낡고 오래된 가게에 왜 그렇게 연연하느냐 묻겠지만 그곳이 바로 우리네 삶의 모습과 기억이 함께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H.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발견에서 미래의 안목을 키우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것. 지난 시간의 모습을 볼품없고 낡았다는 이유로 소홀히 여긴다면 우리는
삼우슈퍼의 앞마당에는 커다란 향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바라보고 있자면 바람이 부는 듯 마음도 설렙니다. 고흐의 그림 속 삼나무처럼 비틀고 굽이쳐 제멋대로지만 하늘로 오르는 열정을 멈추진 않습니다. 굳건하게 한 시대를 지켜온 삼우슈퍼와 향나무는 그렇게 서로 닮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