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가 한창이던 2011년 6월 대검 중수부 검사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국회가 중수부 폐지법을 만들기로 합의한 날이었다. 술잔을 든 검사들이 열변을 토했다. "우리더러 짐을 싸라고? 누가 죽나 끝까지 파보자." 중수부장은 '입맛 돌아오니 독 안에 쌀 떨어지려 한다'는 속담을 꺼냈다. 정치권으로 향하는 검찰의 칼을 정치권이 뺏으려 한다는 얘기였다. 결국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총장은 그걸 받아 "수사를 국민에게 평가받겠다"는 성명을 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4개월밖에 안 된 총장을 쫓아냈다. 후임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곤 '총장이 높다 해도 대통령 밑에 있다. 통치 철학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신임 총장은 마지못해 '예' 하고 나왔지만 이미 중수부장에게 대통령 측근 비리 첩보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였다. 측근 비리, 대북 송금, 대선 자금 수사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정치권의 검찰 개혁 주장은 총장의 "내 목을 쳐라" 하는 말에 흩어졌다.
▶'적폐' 수사 중인 검찰이 정치인 수사에도 나섰다. 청와대 턱밑, 여의도 한복판으로 치고 들어갔다. 권력 하청 수사와 검사 자살 등에 쏠리는 시선을 돌리려 캐비닛에서 다른 사건을 꺼내 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몇 발짝 더 나가는 것 같다. 그러자 여당에서조차 '이러다 검찰 개혁이 또 공수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검찰이 수사권을 지키고 공수처를 무산시키기 위해 수사 전선을 무한정으로 넓히고 있다는 시선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제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관련 긴급회의에 나왔다. 공수처 신설은 검찰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검찰 권력이 공수처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수석은 '공수처법을 이제 마무리할 때'라고 했다.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실제 어떤 기류가 흐르고 있는지 궁금하게 한다.
▶지금 검찰은 청와대를 향해 '검찰보다 더 효과적으로 유용하게 정권을 돕는 기관이 어디 있느냐. 이런데도 검찰의 힘을 뺄 것이냐'고 시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청와대는 검찰을 향해 '적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