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무역·회화 등

[조화유의 한국영어&미국영어] [9] 엉터리 영화 자막

최만섭 2017. 10. 27. 08:49

[조화유의 한국영어&미국영어] [9] 엉터리 영화 자막

  • 조화유 재미 저술가

입력 : 2017.10.27 03:13

조화유 재미 저술가
조화유 재미 저술가
필자는 1973년 이후 한국에서 상영되는 외국 영화를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대사 번역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얼마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The Student Prince'(황태자의 첫사랑)의 한글 자막판 DVD를 구해 보았는데 영화 도입부부터 번역이 시원찮았다.

이 영화는 대사에 웃기는 것이 많은데 번역이 어색하거나 틀려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예컨대 고등교육을 '초보 교육'으로 오역하는가 하면, 화가 난 식당 주인이 황태자를 허풍떠는 대학생으로 오해하고 "What do you think you are, the kaiser?"(네가 뭔데? 황제라도 되냐?)라고 소리치자 황태자는 "No, but you're getting warmer"라고 대꾸한다. 이걸 "아뇨, 하지만 겁먹은 것 같군요"라고 오역한 자막을 달았다. "아뇨, 하지만 황제하고 비슷한 거요"가 정확한 번역이다. 'get warmer'가 'get closer'와 같은 뜻이란 걸 번역자가 몰랐던 것이다.

또 고급 여인숙의 매력적인 여직원에게 황태자가 키스를 하자 그녀는 "At Ruder's Inn that does not come with the service"(이 호텔에서는 키스가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응수하는 재치있는 말을 "무례하시네요"라고 덤덤하게 번역했다. 또 "3류 양복점에서 다림질이나 하게 될 거요"를 "당신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요"라고 재미없게 번역하는가 하면, '왕실 고문'을 '개인 교수'라고 하는 등 오역·졸역이 너무 많아 자막에 의존하는 관람자는 이 영화의 진미를 만끽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앤 블라잇스(Ann Blyth)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1954년 영화로 영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는 걸작이다. 거의 매년 한 번씩 보는데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영화의 처음 3분 의 2는 관객을 웃기고 나머지 3분의 1은 관객을 울리는 아주 건전한 영화다. 마리오 란자가 배우 대신 부른 노래도 많이 나온다. 이런 좋은 영화가 부실한 자막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 요즘은 자막이 달렸거나 아예 우리말로 더빙(dubbing)한 영화가 일반 TV와 여객기 안에서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 자막 분야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6/20171026042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