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암 발생 위치와 무관,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 그 곳만 작용하는 항암제

최만섭 2017. 6. 21. 12:00

암 발생 위치와 무관,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 그 곳만 작용하는 항암제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 2017.06.21 03:00

    [BIO Why?] '키트루다'는 만암통치약인가?

    암의 발생 위치에 상관없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처방하는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
    ▲ /머크
    항암제라면 으레 어떤 암에 효과가 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미국 제약사 머크가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로리주맙)'<왼쪽 사진>는 어느 곳에 생긴 암에 듣는지 밝히지 않았다. 혹시 모든 암에 다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일까, 아니면 FDA와 제약사가 실수로 암의 이름을 빠뜨리기라도 한 것일까.

    암이 발생한 위치에 상관없는 새로운 항암제가 등장했다. 바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골라 작용하는 맞춤형 항암제이다. 기존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에도 효과가 없던 유방암·췌장암·뼈암 환자들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격하는 새로운 항암제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있다.

    최초의 유전자 기반 항암제 등장

    키트루다는 원래 2014년 피부암인 흑색종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항체로 구성된 이 약은 암세포를 바로 공격하지는 않는다. 대신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키트루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키트루다는 흑색종 환자에게 다 듣지는 않았다.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유전자 돌연변이로 T세포가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환자에게만 약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돌연변이는 흑색종 환자 외에도 말기 췌장암이나 폐암, 전립선암 환자에게서도 확인됐다.

    머크는 아예 치료 대상을 특정 암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 이런 유전자형을 가진 암환자로 바꿨다. 미국에서 말기 암 환자의 4%가 이런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데 그 수가 6만여 명에 이른다.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제나 치료법이 듣지 않던 15가지 암에 걸린 환자 149명 중 40%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눈에 띄게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말기 췌장암 환자 2명을 포함해 18명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유전자 기반 항암제
    유전자 검사 거쳐 치료 대상 선택

    키트루다를 처방하려면 일단 암환자의 면역 유전자를 분석하는 검사를 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 비용은 300~500달러(34만~57만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키트루다 자체 가격은 연간 약 15만 달러(1억7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머크사로서는 피부암에만 듣던 치료제를 최초의 유전자형 기반 항암제로 발전시키면서 엄청난 부가 가치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암 발생 위치가 아니라 유전자형을 기준으로 처방하는 항암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초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미국 록소 온콜로지사(社)가 새로 개발한 항암제 '록소 101(라로트렉테닙)'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17가지 암에 걸린 말기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항암제를 시험한 결과, 43명은 암세포가 30% 이상 줄어들었으며 7명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록소의 항암제는 키트루다와 달리 암세포에 바로 작용한다. 이 약은 다양한 암에서 무분별한 세포 증식을 일으키는 TRK라는 효소를 차단한다. 환자들은 모두 TRK 효소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융합되는 돌연변이로 암세포가 마구 증식하는 상태였다.

    이런 돌연변이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방사선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발생한 갑상선암 환자에게서 이와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록소는 내년에 록소 101을 두 번째 유전자형 기반 항암제로 허가받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유전자형 기반 항암제는 모두 7종이다. 록소사는 록소 101 외에 195, 292도 개발하고 있다. 이그니타는 록소와 마찬가지로 TRK 유전자 융합 환자에게 듣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록소에 약 반년 정도 뒤져 있다. 임상시험과 함께 저렴한 유전자 분석법도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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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0/2017062001760.html#csidxc62eef3363112169ee9359a3578960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