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10 03:59
- 1개 321만원 연초보다 배이상 뛰어
"가격변동 폭 커 대박내기 쉽다"
직장인 등 대출까지 받아 가세, 인터넷 투자카페·강좌 잇따라
- 전문가들 "무작정 투자는 위험"
1주일새 반토막 큰 손실 보기도… 가상화폐 범죄 급증해 주의해야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지난 1월 초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1100만원어치 샀다. 박씨가 산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3일 첫 구매가의 5배 수준으로 올랐다. 5개월도 안 돼 4000여만원이나 번 것이다. 박씨는 이틀 후 은행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받은 2억8000만원으로 몽땅 비트코인을 샀다. 그러나 일주일 후 비트코인 가격은 30%나 폭락했다. 박씨는 "수익은커녕 빚까지 생겨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최근 가상 화폐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가상 화폐란 실물 화폐 대신 쓰이는 온라인 거래 수단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700여종이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중 비트코인은 일본에서 정식 결제 수단이 됐을 만큼 큰 인기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가상 화폐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변동 폭이 커 잘만 하면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전문 거래소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약 321만원. 지난 1월(154만원대)에 비해 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 투자 관련 스터디와 동호회까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해 보면 가상 화폐 투자 관련 카페가 630여건이나 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원생 박모(30)씨도 최근 포털 사이트의 가상 화폐 투자 카페를 통해 '비트코인 스터디'에 들었다. 박씨를 포함한 회원 6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가상 화폐 시세와 투자 정보를 모아 공부한다. 박씨는 "지난주에는 비트코인 구매에 쓸 종자돈 마련을 위해 다 같이 적금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는 데이터 보안에 필요한 '암호 코드'를 만들면 자동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를 '가상 화폐 채굴'이라고 한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컴퓨터 부품 GPU(그래픽카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이어붙여 컴퓨터 암호 연산을 빠르게 만드는 소위 '채굴기'가 필요하다. 서울 용산의 한 컴퓨터 장비 판매 업체 사장 이모(38)씨는 "지난달 31일 '가상 화폐 채굴기를 새로 입고했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하루 수십건씩 문의가 폭주 중"이라면서 "벌써 예약 구매 손님까지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가상 화폐를 채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수퍼 컴퓨터를 활용해도 얻을 수 있는 가상 화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액의 '가상 화폐 채굴 강습'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한 온라인 카페에는 '4시간에 120만원만 내면 가상 화폐 채굴 노하우를 전수해 큰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이 강좌를 들은 사람은 50여 명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가상 화폐는 투기성이 강해 무작정 투자했다간 크게 손해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국내 가상 화폐 중 거래량 1위를 기록 중인 비트코인은 지난달 18일 229만원대, 25일에는 최고 484만원대까지 올랐으나, 다음 날 곧장 322만원대로 폭락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현재 가상 화폐 투자 시장은 사실상 투기 시장"이라며 "가상 화폐가 온라인에서 국제적으로 거래돼 안전 투자 상품처럼 보이지만 법정 화폐가 아니라서 투자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가상 화폐 관련 범행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코인 등 비트코인과 이름이 유사한 가상 화폐를 앞세워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는 척 돈을 받아 챙긴 범행 건수가 2015년 13건, 2016년에는 27건이었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김상록 팀장은 "5월까지 우리가 수사 기관에 의뢰한 가상 화폐 관련 범죄가 60여건에 달한다"며 "아직 투자자 보호 장치 등 규제가 미흡한 만큼 악용 사례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