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45대 대통령 취임-트럼프

충성하라, 손 떼라, 구름 걷어내라… 트럼프 육성 폭로한 '코미 메모'

최만섭 2017. 6. 9. 06:31

충성하라, 손 떼라, 구름 걷어내라… 트럼프 육성 폭로한 '코미 메모'

입력 : 2017.06.09 03:03

[트럼프와 3번 만남·6번 통화… 코미, 메모 근거로 書面 제출]

- 처음 만난 날 메모 결심
오바마 땐 메모 안했던 코미, 당선자 신분 트럼프 만난 직후
"이 사람 얘기는 기록해놔야겠다"

- '충성' 요구 받을 때
나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표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우린 침묵속에 서로를 응시했다

- '수사 손 떼라'고 한 날
트럼프가 다 나가라고 했는데 법무장관·사위가 미적거렸다…
한편의 기록영화처럼 상세묘사

코미가 청문회 하루前 제출한 '서면 증언' -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현지 시각)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위 사진), “이 일(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에서 손을 뗐으면 한다”(아래 사진)고 말했다는 것이 적혀 있다.
코미가 청문회 하루前 제출한 '서면 증언' -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현지 시각)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위 사진), “이 일(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에서 손을 뗐으면 한다”(아래 사진)고 말했다는 것이 적혀 있다. /AF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현지 시각)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한 '서면 증언'은 공문서가 아니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기록 영화) 시나리오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당시 그의 표정과 행동까지 그림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 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지난 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미 전 국장과 독대할 때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코미 전 국장은 서면 증언에서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서자 6개 의자가 대통령 주변으로 놓여 있었다. (중략) 대통령이 나만 빼고 다 나가라고 했는데도 법무장관은 내 주변을 서성거렸고,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도 나에게 말을 걸었다. 대통령이 '미안하지만 비켜 달라'고 했다"고 썼다. 이어 대통령이 자신에게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수사에서 손을 떼기를 바란다"고 말할 때쯤 라인스 프리버스 대통령 비서실장이 괘종시계 옆에 있는 문을 통해 잠깐 들어왔고, 문밖에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장면도 기록했다.

지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만찬 장면은 두 사람의 어색한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 국장을 더 하고 싶으냐. 많은 사람이 당신 자리를 원한다"고 말한 뒤 "나는 충성을 원한다"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은 그 순간에 대해 "나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표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응시했다"고 적었다. 코미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트럼프는 다른 주제를 한참 언급하다가 다시 그에게 "나는 충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때 코미는 "대통령을 정직하게 대하겠다"고 답했다. 코미는 이날 만찬에 대해 "대통령이 일종의 비호 관계(patronage relationship)를 조성하고자 마련한 것 같다"고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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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성규 기자
코미 전 국장은 이른바 '코미 메모'를 바탕으로 이번 서면 증언을 작성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6일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트럼프타워에서 처음 만난 뒤 "나는 대통령과 첫 대화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정확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서 FBI 차에 타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대화 내용을 기록했다"며 "이때부터 대통령과 일대일 대화는 메모로 남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두 번 만났지만, 그 내용을 기록한 적은 없다고 했다. 코미는 첫 만남 당시 트럼프에게 "대통령은 (러시아 관련 의혹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말해줬다고 증언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법무장관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미 언론 보도도 확인했다. 지난 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수사 중단을 요구한 직후 코미 전 국장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만나 "앞으로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신에게 한 이야기를 전하며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세션스 장관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3월 30일 통화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은 국정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나는 러시아 매춘부와 엮인 일도 없고, 러시아와 연계된 것도 없다"며 "이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수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답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때도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런 사실을 바깥에 공개하라"고 했다. 코미는 트럼프의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중에 정정해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
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코미 증언은 세부 묘사가 완벽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미 전 국장의 폭로 내용에 대해 침묵했다. 트럼프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는 이날 "코미가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공식 확인해서 기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9/20170609003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