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18 04:00
독일 옛 성벽을 거닐다
유럽 중세 도시는 동화 같다. 우리에겐 없는. 오래전 사라져 아득한. 마녀 화형(火刑) 같은 악행이나 피를 뿌리던 살육은 떠올리지 않으련다. 중세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독일 옛 도시를 한 번에 돌았다. 하이델베르크 고성(古城)에서 남녀 연인(戀人)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로텐부르크 오프 데어 타우버에서는 금세라도 피터팬이 튀어나올 듯하다. 뉘른베르크 옛 성벽을 더없이 한가롭게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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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솟은 하이델베르크 성
밤에 도착한 하이델베르크에서 하늘을 본다. 황금빛 조명을 받은 고성이 반짝인다. 벽돌로 쌓아올린 성채가 언덕 위에 우뚝하다. 이튿날 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탄다. 언덕 경사에 철로를 놓아 만든 열차다. 13세기 이후 여러 차례 증축해 거대한 성채를 이뤘다. 하지만 30년 전쟁(1618~1648) 난리통에 성벽은 허물어지고 파괴됐다. 무너진 일부 건물이 그대로 있다. 성에 오르면 하이델베르크 옛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성 안에 있는 높이 8m 술통이 볼거리. 포도주 20만L를 담을 수 있다 한다. 계단을 통해 술통 위로 올라간다. 입구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선 영상으로 13세기부터 지금까지 하이델베르크 성의 변천을 보여준다. 성은 젊은 커플의 웨딩 촬영 명소다. 지난 5일 흰 스커트를 입은 신부와 푸른색 슈트를 입은 신랑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연신 입맞추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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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며 호텔이 툭하면 수백 년이다. 리터(Ritter) 호텔 건물은 1592년 지었다 한다. 우리는 이웃나라 침략으로 난리를 맞았을 때였다. 여행객들이 연신 호텔 건물을 찍고 있었다. 모둠 소시지로 저녁을 먹은 술집 겸 식당 '로터 옥센(Roter Ochsen)'은 300년 됐다 한다. 선술집 같은 분위기인데 피아노를 치는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흥을 돋웠다.
◇365일 크리스마스… 로텐부르크 오프 데어 타우버
긴 이름의 마을이다. '타우버 강 위의 붉은 요새'란 뜻. 독일 남부 뷔르츠부르크와 퓌센을 잇는 약 300㎞ '로맨틱 가도' 가운데에 있다. 인구 1만1000명 마을에 연간 100만명 이상 여행객이 몰려든다. 현지에서 받은 안내서에는 "마을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걸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돌로 쌓아 올린 성벽이 먼저 맞는다. 둥근 성벽 군데군데 뚫린 네모 구멍에는 검은색 몸을 바깥으로 내놓은 낡은 포(砲)가 이제는 사라진 적(敵)을 겨누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다락방 딸린 2~3층 집들이 나란히 이어진다. 파스텔 톤으로 벽면을 색칠한 집이 동화에서 진짜 방금 튀어나온 듯하다. 작은 성이겠거니 했는데 제법 큰 마을이다. 면적 42㎢. 서울 강남구보다 조금 크다. 아기자기한 기념품점, 빵집,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다. 어디를 찍어도 사진엽서 같은 풍경이다.
미술관·전시관이 여럿 있다. '범죄와 정의 뮤지엄'은 중세 시대 고문 및 사형 도구 등을 전시했다. 못이 가득 박힌 의자, 사형 집행에 사용된 칼 등이 어두운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크리스마스 뮤지엄'은 밝은 분위기다. 시대별 산타클로스 모습, 트리 장식과 크리스마스 변천의 역사 등을 전시한다. 이 마을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로 작정한 게 틀림없다. 기념품점 '캐테 볼파르트'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 등을 파는 전문 매장이다. 1964년 이곳에서 처음 문을 열어 이제는 유럽 곳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다. 트리 장식과 산타클로스 인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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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성벽 따라 한가한 산책
이곳이 나치 본거지였다는 사실은 굳이 상기하지 않기로 한다. 1945~46년 재판으로 전범(戰犯)은 죗값을 받았다. 이 도시는 2001년 유네스코 인권상을 받았다. 중앙역 앞에서 길을 건너면 뉘른베르크 성벽이 이어진다. 언덕 위에 우뚝한 카이저부르크는 12세기 착공해 15세기에 현재 모습을 갖춘 '황제의 성'이다. 자연 바위를 기단 삼아 성채를 올리고 높은 망루를 세웠다. 성 안에 깊이 50m 우물이 있다. 적에게 둘러싸여도 생존이 가능하도록 만든 시설이다. 현지 해설사가 주전자 물을 우물 아래로 부었다. 3~4초 후에 주전자 물이 우물물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슈바인스학세.](http://travel.chosun.com/site/data/img_dir/2017/05/17/2017051702142_3.jpg)
성벽을 따라 한가하게 걷는다. 도시 한가운데 14세기 고딕 양식 건물 성 로렌츠 교회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뉘른베르크에는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시민들은 아직 다소 두꺼운 외투 차림이다. 한낮 볕은 따뜻했다.
하이델베르크 식당 ‘로터 옥센’(www.roterochsen.de) 모둠 소시지 22.50유로. Hauptstrasse 217, 인근 ‘팜브로이 가세’(palmbraeugasse.de/en/)에서는 유명한 돼지 넓적다리 요리 슈바인스학세를 맛본다. 12.90유로. Hauptstrasse 185
![지도](http://travel.chosun.com/site/data/img_dir/2017/05/17/2017051702142_4.jpg)
로텐부르크 크리스마스 장식품 전문 매장 ‘캐테 볼파르트’(kaethewohlfahrt.com)는 365일이 12월 25일이다. 예쁜 인형과 장식이 가득하다. ‘범죄와 정의 뮤지엄’(www.kriminalmuseum.eu) 입장료 7유로.
뉘른베르크 뮤지엄 ‘펨보하우스’(museen.nuernberg.de/fembohaus)는 이 도시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시립 박물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참혹하게 파괴된 도시 사진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