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 밖 섬 응급환자도 구하는 원격협진

최만섭 2017. 5. 2. 06:46

100㎞ 밖 섬 응급환자도 구하는 원격협진

입력 : 2017.05.02 03:02

[목포한국병원, 427개 의료 취약지와 2년간 1000여건 협진]

응급의학 전문의 24시간 근무… 원격진단 후 닥터헬기로 이송
환자 대부분 뇌출혈 등 중증… 빠른 처치 덕분에 생명 구해

지난달 중순 전남 진도의 진도한국병원 응급실로 가슴을 움켜쥔 김모(54)씨가 들이닥쳤다. '진도 의사'는 심전도를 찍고, 바로 목포한국병원과 연결된 원격 협진 콜을 눌렀다. 그러자 목포한국병원 응급센터에 '삐~ 삐~' 알람 벨이 울렸다. 당직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원격 협진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목포 의료진은 심근경색증으로 진단하고 환자를 응급 이송하라고 했다. 환자가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응급 시술에 들어갔다. 원격 협진이 이뤄진 지 71분 만에, 응급실 도착 후 13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이 덕분에 환자는 일주일 후에 아무런 후유증 없이 걸어서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의료진은 원격 협진이 없었다면 환자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응급환자 살리는 원격 협진

전남권역응급의료센터인 목포한국병원은 2015년 5월부터 전남 지역 소규모 종합병원 11개와 병원·의원·보건소 등 427개 취약지 의료기관을 네트워크로 묶는 원격 협진 체계를 도입했다. 의사 한 명 있는 섬이나 취약지 응급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목포한국병원 의료진을 긴급 호출해 어떻게 처치할지를 묻고 필요하면 응급 이송을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목포한국병원에는 24시간 상시 교대 근무를 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4명 있고, 이들이 직접 동승해 현장으로 날아가는 '닥터 헬기'가 운영되고 있다.

완도대성병원과 목포한국병원의 원격 협진 과정
원격 협진이 이뤄지자 중증 응급환자가 극적으로 생명을 건지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완도대성병원 응급실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62세 남자 환자가 도착했다. 환자는 저산소증으로 숨을 헐떡거렸다. 의료진은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새벽 5시에 원격 협진을 호출했다. '목포 의료진'은 허파에서 바람이 새는 기흉이라 진단하고, '완도 의사'에게 바늘로 환자의 흉곽 오른쪽 부위를 찔러서 공기를 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기흉이 완화됐고, 한숨 돌린 환자는 목포로 이송돼 후속 치료를 받고 멀쩡한 상태로 퇴원했다. 완도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추락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를 '닥터 헬기'가 날아가 원격 협진 1시간여 만에 응급 수술로 살린 경우도 있다.

◇의료 취약지 응급 의료 해결의 대안

지난 3월 말까지 목포한국병원의 원격 협진은 총 1086건 이뤄졌다. 주로 중증 외상, 뇌출혈·뇌경색, 심근경색증 환자였다. 협진을 통해 응급 이송 556건, 원격 판독 451건, 처치 조언 72건을 진행했다. 목포한국병원 의료진은 원격 협진을 통해 "뇌출혈 환자에게는 항경련제를 투여한 다음 바로 이송시켜라" "심근경색증 환자에게는 혈전방지제를 주고 구급차에 태워라" 등 구체적인 지시로 이송 중에도 환자의 병세가 악화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응급환자 이송 시에도 목포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응급실 도착 후 수술실로 올라가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원격 협진 환자가 일반 응급실 내원 환자보다 수
술실에 들어가는 시간이 평균 15분(응급실 대기 시간 20% 감축 효과) 빠르다. 환자가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시간도 20분 정도 빠르다. 닥터 헬기는 한 달 평균 16~18회 출동하고 있다.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응급의학과장은 "협진 병원과 의무 기록을 공유하고, 응급 진단 처치 의료진 교육을 강화해 좀 더 효율적이고 확대된 원격 협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