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07 03:18
[달라지는 복지천국 북유럽… 정경화 특파원 리포트]
[1] 더 이상 '공짜 현금'은 없다
- 더 오래 일할수록 더 많은 혜택
노르웨이, 62세 은퇴땐 연금 삭감
전엔 62세 이상 은퇴자 동일 연금, 이젠 70세 은퇴자 32%p 더 받아
퇴직자들이 제2직업 갖도록 권장… 제지공장 출신에 간호실무 교육도
핀란드 투르쿠에 사는 테무(39)씨는 산업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2014년 8월 해고됐다. 그는 작년 말까지 실업급여로 월평균 1050유로(약 125만원)를 받았다. 하지만 올 1월부터는 실업급여가 990유로(약 118만원)로 6% 깎였다. 정부가 현금성 복지를 줄이면서 실업급여를 개인당 40~100유로씩 삭감한 탓이다. 테무씨는 최근 지역 고용사무소를 찾아가 취업 관련 면담을 했다. 작년까지는 서류만 챙겨 실업 상태를 신고하면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석 달마다 한 번씩 면담을 통해 취업 계획서도 내고 구직 노력에 대한 확인도 받아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한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복지 천국'으로 통했다. 1960~ 1970년대 목재·철광석·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이후에도 노키아·에릭슨 등을 앞세운 첨단 IT 산업을 바탕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복지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장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국제 유가(油價) 하락과 펄프 산업 쇠퇴 등이 겹치면서 기존 복지 시스템 수술이 본격화되고 있다. 복지로 인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은 2008년 32.8%에서 2015년 63.1%까지 급증했다.
핀란드는 근로자들이 일을 계속하도록 도와주는 '일하는 복지'로 복지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있다. 올 1월부터 실업수당 수급 기간을 기존 100주에서 80주로 줄이고, 취업 제안을 거절하면 수당 지급을 중지하는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실업자가 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대학생·대학원생 보조금 지원도 오는 8월부터 축소한다. 대학생 학업 지원비를 매달 최대 300유로에서 250유로로, 지원 기간은 최대 64개월에서 54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대학생 주거 지원금도 대폭 감소한다. 핀란드 사회보장국은 새로운 주거 지원금 계산 방식에 따라 8월 1일부터 대학생 17만명 중 약 5만명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3만명은 약 70% 정도 지원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금제도 역시 더 오래 일하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식으로 개편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일찍 퇴직하면 연금을 깎고 늦게 퇴직하면 연금을 더 주는 '유연 퇴직연금' 정책을 2011년 도입했다.
이전에는 62~67세 사이에 퇴직하면 누구나 똑같이 퇴직 전 소득의 65%를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의 60%가 62세에 퇴직했다. 하지만 올해 54세인 근로자부터는 연금을 62세에 받기 시작하면 소득의 56%만 받게 된다. 반면 67세에 은퇴하면 소득의 73%, 70세에 은퇴하면 88%까지 연금 수령액이 늘어난다. 오래 일할수록 복지 혜택을 더 주겠다는 취지다.
올해 67세가 된 이베르 비요르검씨는 일주일에 2~3일은 노르웨이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는 등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론헤임시(市)에 있는 치즈 회사에서 38년째 기술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원래 올해 퇴직할 나이지만 2015년부터 정년이 70세로 연장되면서 3년 더 일하기로 했다. 카리 외스테루드 노르웨이 노인정책연구소장은 "노인 3만명이 1년 더 일하면 300억유로(약 36조2000억원)만큼 국민총생산이 늘어난다"며 "연금 개혁이 국민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