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사설] 정론직필 ‘참언론’의 대장정을 다짐한다

최만섭 2017. 2. 1. 09:05


진실은 무엇인가. 루머와 거짓이 판치는 대한민국 사회를 향한 물음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처럼 심각했던 적이 일찍이 없었다. 사실로 포장된 거짓이 인터넷과 SNS를 타고 급속도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인터넷에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가짜 뉴스가 범람한다. “현 유엔사무총장이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이 총회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괴 200t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식이다. 기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명백한 거짓이다. 참다못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가짜 뉴스 색출에 나섰을 정도다. 

거짓의 폐해는 지도층 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온 국민이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전자파 때문에 참외가 죽는다”, “사드 전자파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 역시 거짓 뉴스의 피해자였다. “삼성 장학생 출신”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라는 글이 나돌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판결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유언비어를 만들어 공격하는 행위는 인격 살인이자 법치 부정이다.

최근에는 악의적인 거짓 기사로 분칠한 혐한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구글블로그에 개설된 이 사이트에는 “국내 관광 중인 일본인 소녀 2명을 성폭행한 한국인이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등의 악성 거짓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의 뉴스를 널리 전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악의적인 거짓이 한·일 관계와 양국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여간 심각하지 않다. 

거짓이 진짜로 행세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거짓이 활개 치면 사회구성원 상호간의 신뢰는 무너진다. 우리 사회에 신뢰 수준이 극히 낮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20대 한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세계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고작 32.9%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정부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만년 꼴찌권에 머문다.

신뢰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다. 믿음이 없으면 뭉칠 수 없고 갈등과 대립만 커질 뿐이다. 불신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미국의 지성인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사회적 자산으로 신뢰를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경쟁력 또한 사회 신뢰 수준에 좌우된다. 믿을 수 없는 사람, 믿을 수 없는 사회, 믿을 수 없는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언론의 사명은 사회의 목탁으로서 국민에게 진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정론직필’ 세계일보가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아무리 명분이 거창하더라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으면 한낱 소음에 불과한 까닭이다. 

세계일보는 ‘조국통일의 정론’과 함께 ‘민족정기의 발양’, ‘도의세계의 구현’을 사지(社旨)로 하고 있다. 민족정기가 살아 숨 쉬고 도의가 바로 서는 사회는 거짓이 아니라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세계일보가 그동안 온갖 역경을 딛고 진실의 편에 서서 역사를 쓰는 심정으로 신문을 만들어온 이유다. 오늘 창간 28주년을 맞아 정직과 진실이 존중받는 신뢰 사회로 나아가도록 ‘참언론’의 대장정에 매진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