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지원-관제시위 지시, ‘주범’은 결국 청와대
청와대가 삼성 등 재벌들의 돈을 받아 어버이연합·엄마부대·고엽제전우회·시대정신 등 관제시위를 열어온 보수·극우성향 단체들을 지원해온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드러났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신동철·정관주 당시 비서관이 김완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지원 대상 단체와 지원 금액을 일일이 정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요구에 따라 삼성이 돈을 내면 다른 대기업들도 따라서 내는 식이었고, 규모도 3년간 70억원에 이른다. 그 돈으로 사람들을 동원해 관제시위를 열었을 것이니, 돈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한 명백한 증거다.
이로써 관제시위를 둘러싼 ‘퍼즐’은 얼추 맞춰졌다. 청와대의 지시로 관제시위가 만들어졌음은 이미 충분히 밝혀진 터다. 2014~2015년 잇따라 열린 세월호 유족 비난 시위에 청와대 정무수석실 허현준 행정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초 제기된 데 이어, 2015년 말 허 행정관이 자유총연맹 고위관계자에게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 등 관제시위를 지시한 문자메시지 30여건이 얼마 전 드러났다.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4년 6월 세월호 유족 반대 집회를 조직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같은 해 8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벌어진 고엽제전우회의 법원 판결 비난 집회에도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지시한 정황과 물증이 확인됐다고 한다. 관제시위의 기획·조종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은 이제 부인하기 힘들다.
관제시위를 ‘지시’받은 단체들이 ‘지원’ 대상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어버이연합·고엽제전우회 등 10여개 단체를 특정해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못박아 지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흘러갔는지도 드러났다. 돈은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재계 서열 1~4위 그룹에서 나와, 전경련 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 등으로 지속적으로 흘러갔다. 그런 돈으로 지난 몇 년간 온갖 친정부·친재벌 집회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최근 대규모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지원금의 ‘잔액’이 쓰인 게 아닌지 의심된다. 그렇잖아도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적게는 2만원, 많게는 15만원씩의 수당이 지급된다는 익명 증언까지 보도된 터다.
청와대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음이 드러났으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보수단체 대표들의 항의를 받고 ‘왜 자금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느냐’고 비서실을 질책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더 엄중한 처벌은 당연하다. 특검이 그 뿌리와 전모를 낱낱이 파헤치기에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다면, 기왕에 어버이연합 관제시위 의혹과 전경련 자금지원 의혹 수사를 맡은 검찰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0657.html#csidxe17225691512917bc87a3bf32009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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