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사설]설 민심 왜곡하려는 박근혜의 황당한 음모론

최만섭 2017. 1. 27. 09:26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극우 논객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누군가 오래전부터 기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고도 했다. 지난 1일 새해 첫날 기습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락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음모론까지 더했다. 




인터뷰는 질문도 답변도 황당했다. 탄핵 본질과는 무관한 ‘청와대 굿’ ‘정윤회 밀회’ ‘정유라 딸’ 같은 시중 루머에 대한 문답이 대부분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비서실장과 두 명의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차관이 줄줄이 구속되고 문체부 간부들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은 과하다”며 감쌌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말이 안된다”며 그동안 확인된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뜬금없이 여성혐오론을 들고나왔다.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아직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다. 기자회견도, 인터뷰도 해서는 안된다. 우스꽝스럽게도 박 대통령이 국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탄핵 유폐 중 보수 성향의 인터넷 방송을 콕 집어 자기 변호를 늘어놓은 이유는 자명하다. 설 연휴를 활용해 악화된 민심을 돌려놓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때를 맞춰 최씨는 역공에 나서고,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중대 결심 운운하며 전원 사퇴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는 탄핵의 부당성을 알린다는 유인물 300만부를 찍어 귀성객들에게 배포한다고 한다. 특검 수사를 흔들고 헌재의 탄핵 심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관련된 인물과 단체가 조직적 반격에 나선 공모의 냄새가 짙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농단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나 헌재의 출석 요구에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뒤로는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펼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대통령 자리를 끝까지 못 내놓겠다는 오기로밖에 볼 수 없다. 그에겐 이제 더 기대할 것도 없다. 할 말이 있다면 특검과 헌재에 나가 당당히 입장을 밝히란 주문도 무의미하다. 헌재는 남은 심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이런 해괴한 꼴을 더는 보지 않도록 종결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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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261908005&code=990101'%20target='_self#csidx2565f945327a9ebac7310f17e14e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