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CES가 반한 한국바이오 제품, 정작 한국선 못판다

최만섭 2017. 1. 19. 08:03

CES가 반한 한국바이오 제품, 정작 한국선 못판다

  • 강동철 기자
  • 양지혜 기자입력 : 2017.01.19 03:01
  • [의료규제에 막혀 해외로 밀려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 네오펙트의 스마트 재활 글러브
    CNN의 '멋진 제품'에 뽑혔지만 한국은 원격 의료가 불법… 미국 시장에서 사업·판매 주력

    -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커지는데…
    신제품 크라우드 펀딩 도중에 사전광고로 고발당하기도

    한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인 네오펙트의 스마트 재활 글러브인 '라파엘 글러브'가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17' 출품작 중에서 가장 멋진 제품 14종에 선정됐다. 미국 CNN은 일본 도요타의 미래형 자동차 '아이',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함께 한국 스타트업 제품을 선정했다. 라파엘 글러브는 뇌졸중이나 발달장애로 손이 마비된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장갑 형태의 기기다. 손에 끼고 다양한 손동작을 취하면 기기에 장착된 센서에서 손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축적한다.

    하지만 네오펙트는 올해 이 제품을 한국 대신 미국 시장에서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원격 의료가 불법인 한국에서는 라파엘 글러브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의사에게 보내고 의사가 이를 토대로 진단·진료 행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는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어 미국 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네오펙트에서 개발한 스마트 재활 기기‘라파엘 글러브’.
    ▲ 한국 스타트업 네오펙트에서 개발한 스마트 재활 기기‘라파엘 글러브’. 손에 장착하고 다양한 동작을 하며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기기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는 의료진에게 전송돼 실시간으로 진료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격 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의료진 진단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네오펙트
    IT를 접목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산업인데도 한국에서는 규제 장벽에 막혀 있다. 네오펙트처럼 각종 규제로 반쪽짜리 서비스가 되거나 불법으로 낙인찍혀 사업을 접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규제에 막힌 바이오 혁신

    의사 출신인 신재원 대표가 창업한 모바일닥터는 '열나요'라는 앱을 통해 영·유아 체온관리 서비스와 응급처치법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창업 초기에 내세웠던 서비스는 의사가 이용자에게 앱으로 직접 치료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금세 소문을 탔지만 원격 의료라는 이유로 의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신재원 대표는 "초창기 서비스를 접고 다시 시작한 것이 체온 측정과 응급처치법만 제공하는 '열나요' 앱"이라고 말했다.

    역시 당뇨 예방·관리 서비스를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눔은 작년 미국에서 임상 시험까지 마무리하고, 보험사들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출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한국·미국의 상반된 규제
    헬스케어 기기 분야 역시 촘촘한 규제가 기업 성장을 막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체온계 '써모케어'를 개발한 엠트리케어는 2015년 11월 크라우드 펀딩(대중 모금)을 추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고발 조치까지 당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투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기능과 서비스를 미리 공개하고 일반 대중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미(未)개발 상태인 의료기기의 성능과 디자인을 공개하는 것이 사전광고 금지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생리혈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생리컵을 만드는 룬랩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시장에 진출한다. 미국에서는 생활용품으로 분류되는 생리컵이 한국에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1년 이상의 인증 기간과 수억원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해외에서는 상장 기업도 등장

    해외에서는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화상 원격의료 업체인 텔러닥(teladoc)은 2015년에 나스닥 상장(上場)까지 성공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분석 업체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 이상의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유전자 분석 업체인 23앤드미를 비롯해 14개에 달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럭스리서치는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418억달러(약 4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싶지만 반대 목소리도 너무 크다"고 토로한다. 의료계에서는 원격 의료가 허용될 경우 대형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