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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올림픽 빅에어 서울 개최 어떨까

최만섭 2016. 12. 30. 08:58

[태평로] 올림픽 빅에어 서울 개최 어떨까

입력 : 2016.12.30 03:13

김동석 스포츠부장
김동석 스포츠부장
평창은 '최순실 낙인' 때문에 2018년 동계올림픽이 찬물을 뒤집어썼다고 한탄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한몫 챙기려 한 최순실 일당의 농단이 평창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누구 좋으라고 유치한 올림픽이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올림픽을 축하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모조리 최순실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최순실 사건 이전부터 국내엔 평창올림픽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석에서 만난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계 관계자들은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나타난 강원도와 평창의 지역 이기주의를 우려했다.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분산 개최의 실패가 있다. 한때 경제적·효율적 올림픽을 내걸고 진행되던 분산 개최 논의는 개최권 반납까지 거론하는 강원도와 평창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고, 2014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분산 개최 불가'를 못 박으며 무산됐다. 그 결과 지금 평창과 강릉엔 수백억원의 사후관리 비용이 들어갈 미래의 골칫거리 스타디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 공정률이 90%를 넘어 분산 개최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11월23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을 이틀 앞두고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각 나라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런 상황이지만 분산 개최의 가능성 중 하나는 아직도 남아 있다. 지난달 25~ 26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테스트 이벤트를 치른 '빅에어' 종목이다. 빅에어는 높이 50m 점프대에서 스노보드로 도약한 뒤 갖가지 회전 묘기를 보여주는 신종 스포츠로, 2018년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데뷔한다. 이 종목은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경기 후 시설을 즉시 해체한다. 테스트 이벤트가 끝난 평창의 빅에어 점프대도 경기 직후 해체해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선수들을 공중으로 날려 올린 점프대 자리는 공터가 됐다. 지역민이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지역의 재산'이 아니므로 분산 개최를 해도 큰 손해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빅에어는 태생부터 도시형 스포츠였다. 국제스키연맹이 산과 들에서 치러지는 동계스포츠 야외 종목의 저변 확대를 위해 도심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종목이다. 올 시즌 유럽의 빅에어 월드컵은 밀라노 등 대도시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공식 명칭부터가 '빅에어&시티'다.

이미 경제적 목적의 분산 개최는 물 건너갔지만 그 상징성을 살릴 방법은 남아 있는 셈이다. '시티 스포츠'인 빅에어를 대한민국의 심장부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하는 건 어떨까. 이미 7년 전인 2009년 12월에 광화문 광장 복판에서 빅에어 대회가 열려 시민들의 갈채를 받은 일이 있다. 당시 광화문은 도심의 진풍경을 보려는 이들이 몰려 축제 분위기였다. 잠실 종합운동장 스타디움도 좋은 후보다. 관중이 편안하게 좌석에서 빅에어의 스턴트 묘기를 감상할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단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도 올해 2월 빅에어 대회가 열렸다. 강원도와 평창의 '통 큰 양보'로 서울에서 빅에 어 경기가 열리면 올림픽 열기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강원도와 평창이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성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원도를 넘어 전 국민이 축하하고 고대하는 화합의 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빅에어의 개최지 변경은 얼어붙은 올림픽 분위기를 반전시킬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강원도와 평창은 그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9/20161229031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