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기고] 담 쌓고 경쟁해온 대학들, 담 헐고 공유해야 산다

최만섭 2016. 12. 2. 08:34

[기고] 담 쌓고 경쟁해온 대학들, 담 헐고 공유해야 산다

  • 신구 세종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

입력 : 2016.12.02 03:12

신구 세종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
신구 세종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
세계는 지금 지능정보기술에 의해 주도되는 4차 산업혁명기에 들어섰다. 우리도 변화와 혁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빠르게 확산되는 온라인 대중 공개 강의(MOOC), 집단지성의 상징인 위키피디아,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통해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도 정보화 시대의 주역이었던 대학의 존립을 위협한다. 상황을 타개하려면 교육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와 대학이 취해야 할 혁신이 바로 공유대학의 구축이다. 공유대학이란, 학점 교류를 포함해 국내 대학들이 갖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의 31개 대학교 총장 모임인 서울총장포럼이 학점 교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워싱턴 DC의 14개 대학이 공유대학을 시행하고 있는데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유대학이 실현되면 대학 간 활발한 학점 교류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교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복수전공과 이중전공이 쉬워지고, 자기 맞춤 전공이나 다양한 방식의 융합전공도 가능해진다. 또한 각 대학은 예산 등을 경쟁력 있는 학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대학 간 담을 낮춤으로써 그간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였던 대학 서열화에 기초한 학벌주의를 치유하고 우리 사회를 실력 사회로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공유대학의 구축은 단순히 교육의 질을 높이고 그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차원을 넘어, 대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혁신안인 것이다.

공유대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활발한 학점 교류를 통해 학생들을 이 시대가 요구하는 통섭형 인재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학과 간, 대학 간 칸막이를 없애 학과 공동으로 학과 개편 없이도 유연하게 새로운 전공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속 학생은 새로운 전공만 이수할 수도 있는 제도 마련과 대학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 국외 대학에만 허용하고 있는 복수학위 제도를 장기적으로는 국내 대학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학년별로 다른 학기제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유연학기제 및 다(多)학기제를 도입하고, 15주를 1학기로 규정해온 기존 학제에서 벗어나 6주나 8주를 1학기로 하는 식의 집중이수제를 허용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원격 수업을 일정 부분(대략 20% 이내) 허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유롭게 각 대학의 강점 분야 강좌나 학계 저명 교수의 강의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만 국내 대학들이 공유대학을 통해 MOOC와의 공존을 꾀하면서 동시에 각자 역량에 맞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평생교육 대학과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지능정보화 시대다. 따라서 혁신은 대학의 사명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하고 있는 공유대학 시행에 아무쪼록 정부가 제도 개선으로 화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