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9 03:12

최근 증강현실(AR) 기반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 열풍과 관련해 한국의 향후 상황을 예상하는 글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①청와대가 미래부·국토부 등 관련 부처에 포켓몬 고 국내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다. ②'한국형 포켓몬 고' 개발을 위한 증강현실 산업 집중 육성 방안을 발표한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③1년 뒤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 증강현실 산업, 수백억 예산 어디로 갔나'란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상의 글이 인기를 끄는 건 우리가 이미 숱한 전례(前例)를 봐왔기 때문이다. 올 3월 바둑기사 이세돌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졌을 때 청와대까지 나서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자고 했다. 관련 부처 회의가 소집됐고, 향후 5년간 정부 예산 1조원을 인공지능에 투자한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대기업들도 난데없이 2조5000억원이란 투자 목표를 부여받았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이를 두고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가 전개해 온 방식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남들이 잘한다 싶으면 청와대가 나서서 '왜 우리는 못하냐, 한국형 ○○○를 만들자'고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부처는 물론 민간 기업, 정부 산하 연구소까지 우르르 달려드는 현상을 우리는 자주 본다. 한 정부 산하 연구소 관계자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연구 목표가 갈지(之)자로 바뀌니 경쟁력이 쌓일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잘하는 걸 진득하게 꽃피우지 못하고, 남들 성공 신화만 좇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불안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자학(自虐)도 시작됐다. 왜 정부나 삼성전자는 증강현실 아닌 가상현실(VR)에 돈을 쏟아 부었느냐, 한국 게임업계는 이런 혁신 게임을 안 만들고 뭐 하느냐 등 기다렸다는 듯 내부 비판을 쏟아낸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증강현실 덕분이라기보다는 일본 닌텐도가 지난 20년간 차근차근 축적해온 '포켓몬스터'라는 캐릭터의 힘 때문이란 분석이 더 타당하다. 우리도 증강현실 기술력이 없지 않다. 이동통신사 KT가 5년 전 '올레 캐치캐치'라는 동일한 방식의 게임을 출시했었다.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비춰가며 빨간색 괴물 '올레몬'을 잡는 게임인데 호응이 없어 사업을 접었다. 이름 모를 올레몬을 잡느냐, 포켓몬을 잡느냐에서 성패가 갈렸던 셈이다.
지금 당장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든다면 우리는 어떤 캐릭터를 쓸 수 있을까. 닌 텐도처럼 20년간 키워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자문(自問)해보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우리는 '20년 포켓몬'의 힘은 보지 않고 '포켓몬 고의 벼락 성공'만 보고 있다. 앞뒤 재지 않고 또다시 예산을 쏟아붓고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들자고 닦달하는 식의 모습이 반복되면 한국에선 세계 최초의 그 어떤 것도 꽃피우기 어렵다.
이런 가상의 글이 인기를 끄는 건 우리가 이미 숱한 전례(前例)를 봐왔기 때문이다. 올 3월 바둑기사 이세돌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졌을 때 청와대까지 나서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자고 했다. 관련 부처 회의가 소집됐고, 향후 5년간 정부 예산 1조원을 인공지능에 투자한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대기업들도 난데없이 2조5000억원이란 투자 목표를 부여받았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이를 두고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가 전개해 온 방식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남들이 잘한다 싶으면 청와대가 나서서 '왜 우리는 못하냐, 한국형 ○○○를 만들자'고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부처는 물론 민간 기업, 정부 산하 연구소까지 우르르 달려드는 현상을 우리는 자주 본다. 한 정부 산하 연구소 관계자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연구 목표가 갈지(之)자로 바뀌니 경쟁력이 쌓일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잘하는 걸 진득하게 꽃피우지 못하고, 남들 성공 신화만 좇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불안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자학(自虐)도 시작됐다. 왜 정부나 삼성전자는 증강현실 아닌 가상현실(VR)에 돈을 쏟아 부었느냐, 한국 게임업계는 이런 혁신 게임을 안 만들고 뭐 하느냐 등 기다렸다는 듯 내부 비판을 쏟아낸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증강현실 덕분이라기보다는 일본 닌텐도가 지난 20년간 차근차근 축적해온 '포켓몬스터'라는 캐릭터의 힘 때문이란 분석이 더 타당하다. 우리도 증강현실 기술력이 없지 않다. 이동통신사 KT가 5년 전 '올레 캐치캐치'라는 동일한 방식의 게임을 출시했었다.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비춰가며 빨간색 괴물 '올레몬'을 잡는 게임인데 호응이 없어 사업을 접었다. 이름 모를 올레몬을 잡느냐, 포켓몬을 잡느냐에서 성패가 갈렸던 셈이다.
지금 당장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든다면 우리는 어떤 캐릭터를 쓸 수 있을까. 닌
우리는 '20년 포켓몬'의 힘은 보지 않고 '포켓몬 고의 벼락 성공'만 보고 있다. 앞뒤 재지 않고 또다시 예산을 쏟아붓고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들자고 닦달하는 식의 모습이 반복되면 한국에선 세계 최초의 그 어떤 것도 꽃피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