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6 03:15
IS와 다를 것 없는 北… 이한영 살해에 이어 탈북 인사 8명 향해
'제2의 이한영' 암살 협박, 우리 정보 당국이 첩보 입수
이런데도 안보 의식 해이해져 사드 怪談 따위에 흔들려서야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7/15/2016071502819_0.jpg)
17일 발매될 월간조선 8월호에는 주목할 북한 관련 기사가 세 건 있다. 첫째는 북한이 남쪽으로 공작원을 침투시켜 주요 탈북(脫北) 인사 8명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첩보를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7년 2월 이한영씨를 경기도 분당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 대문 앞에서 잔인하게 죽였다.
이한영씨는 김정일의 전처(前妻) 성혜림의 조카로 1982년 탈북했다. 북한은 15년간 이씨를 추적하다 그를 이웃 주민이 문구멍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살해하면서 대담하게도 탄피(彈皮)를 놔두고 갔다. 그 일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알리고 한번 겨냥한 목표는 끝까지 처단하겠다고 협박하기 위해서였다.
'제2의 이한영'으로 만들겠다고 북한이 협박한 8명은 강명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회장,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회장, 유인덕 숭의동지회장,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다.
첫째 기사가 북한이 IS 같은 테러 단체나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둘째 기사는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다. 국가보훈처가 2010년과 2012년 각각 김일성의 숙부 김형권과 외숙부 강진석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으며, 이게 논란이 되자 수훈(授勳)사실을 삭제하는 등 은폐했다는 것이다.
김형권은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의 둘째 동생이며 강진석은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의 큰오빠다. 더 놀라운 것은 박승춘 보훈처장이 김일성 부모인 김형직과 강반석에 대한 서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발언을 취소한 사실이다. 김형권·강진석은 북한이 자랑하는 이른바 '백두(白頭) 혈통'의 일원이다.
북한은 1990년 함경남도 풍산군을 '김형권군(郡)'으로 개칭했다. 김일성 자서전 '세기와 더불어'에도 등장한 김형권과 강진석은 평양 대성산 혁명열사릉에 묻혀 죽어서도 호강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 이들의 이름이 들어간 혁명 사적관이나 교명(校名)이 넘치고 그들을 기리는 비석과 동상 수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굳이 우리가 챙겨주지 않아도 분에 넘친 대접을 이미 받은 것이다. "그들이 독립운동을 했으니 당연히 대우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은 사정을 모르는 소리다. 보훈처는 지금까지 사소한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국내 독립 유공자 후손들의 진을 빼놓고 있다. 그런 국가보훈처가 왜 북한만은 유독 알뜰히 살피는지 알 수가 없다.
"연좌제는 안 된다"는 말은 '순진'을 넘어 우리 민족이 당한 비극이 뭔지 모르는 바보 같은 소리다. 첫째, 김일성을 비롯한 가족은 6·25를 일으켜 수백만 명을 죽였고 둘째, 이산가족에게 분단의 한(恨)이란 대못을 박았으며 셋째, 지금도 2000만 북한 주민을 폭압하고 있다. 그들의 죄는 연좌제 아니라 더한 형벌을 받아 마땅하다.
국방부가 적(敵)을 막는 무력의 심실(心室)이라면 보훈처는 내부를 단결시키는 정신의 심실이어야 한다. 그런데 예비역 육군 중장이라는 보훈처장이 이런 말이나 하고 있으니 호국의 심장이 제대로 뛸 리 없다. 그는 김형권 수훈은 자기 임기 중 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할 게 아니라 잘못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발사대 6개로 구성된 사드(THAAD) 포대 한 곳 배치 논란은 우리 안보 의식이 풀어질 대로 풀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