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경제포커스] 삼성 개혁, 이재용의 독백 아닌 메아리여야

최만섭 2016. 3. 9. 21:17

[경제포커스] 삼성 개혁, 이재용의 독백 아닌 메아리여야

  • 이광회 조선비즈 대표

입력 : 2016.03.09 03:00

이광회 조선비즈 대표 사진
이광회 조선비즈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년여 거침없이 달려왔다.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5개 계열사 한화에 매각(2014년 11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통합(2015년 9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컬사업부문 등 3개사 롯데에 매각(2015년 10월), 삼성스포츠단 제일기획 이관(2015년)…. 최근엔 가속도가 붙었다. 삼성카드, 제일기획 매각설에 인수사 이름까지 거론됐고, 그룹 제2 사옥이나 다름없던 삼성생명 본관은 부영그룹에 매각됐다.

요즘 삼성 고위층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움직임이 이젠 무섭기까지 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매각 작업은 현직 CEO들조차 모른 채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작년 말 측근들에게 "2016년을 지켜보라. 삼성에서 '딱' 소리가 계속 나올 것"이라 말한 게 언론에 포착된 바 있다(이코노미 조선 1월 27일). 그의 발언은 올 들어 제일기획 매각설로,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설로 현실화하는 중이다.

그의 삼성 개혁 내용과 방향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삼성가(家) 장남인 그와 일가가 지배 구조의 정점에 서 있고, 주주 가치 보호 차원에서 주주들에게 손해 입힌 게 없으니 이러니저러니 꼬집을 명분도 없다. 다만 꼭 지적하고픈 것은 또렷한 자기 목소리로 구체적인 변화 방향을 제시하고, 결과적으로 삼성 개혁을 넘어 한국 경제, 한국 재벌의 긍정적인 변신까지 함께 일궈냈으면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좀 더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는 한국 재벌의 병폐였던 문어발 확장 전략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것 같다. '거대 기업의 종말'을 쓴 로버트 토마스코(Tomasko) 지적처럼 '큰 기업이 늘 좋은 기업은 아닌(Bigger isn't always better)' 상황에 부닥쳤다는 사실을 그는 파악했다. '대형화가 거품을 불러일으키고 해를 입힌다'는 토마스코 주장에도 공감하는 듯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은 무분별 확장 전략을 포기한다' '중소 기술 벤처 스타트업들과 함께 가겠다' '지역 경제에 기여하며 중소 상인, 자영업자들과 상생하겠다'고 직접 얘기하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울림이 훨씬 클 것이다.

삼성의 후계 구도도 여타 그룹과는 좀 다른 면이 엿보인다. 한때 지주회사 격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 본인이 4분의 1(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여동생들의 지분을 합한 것이 4분의 1이다. 남매들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향후 그룹을 기계적으로 쪼개 가지리라던 관측이었지만 최근 연이은 합병을 거치면서 판이 꽤 흐트러졌다. 세인들은 그룹 승계 과정, 지배 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에 있어서도 삼성이 보다 선진화된 관행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자·금융·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강자들이 우글거리 지만 선진국을 향해서 꼭 넘어야 하는 큰 산이다. 혼자 가기엔 힘에 부치고, 함께 멀리 같이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한국 경제, 재계 전체가 공감해 우리 모두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2014년 쓰러진 부친은 여전히 누워 있지만 이젠 이 부회장 스스로 삼성의 대표 자격으로 목소리를 더 내야 할 때가 분명한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