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진입을 넘보는 한국 교육이 길러야 할 국민적 자질은 참신한 창의력과 공민의식이다. 지금의 한국 교육은 이 자질을 기르기엔 심히 역부족이다. 입시 준비를 위한 잡식 기억주의의 회오리 때문이다. 그 회오리에 휘말리면 모든 교육이념·교육목적이 풍비박산되고 만다. 40여 개국 중학생의 학업성취도 국제적 비교에서, 한국 학생은 시험 성적이 최상위권이지만 학습 의욕과 행복감에서는 최하위를 맴돈다. 여러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날 7·8차의 교육 개혁안이 시도되었지만, 실효는 거의 없었다. 이제 절실히 요망되는 것은 교육 개혁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육 혁명이다. 이를 위해 나는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대학입시를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긴다. 수능고사는 1960년대 말 몇몇 사립대학의 신입생 부정 입학을 막기 위해서 '대학입학자격 고시'로 시작했는데, 그 후 점점 그 대학입시에서의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 교육을 잡식 기억주의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어 왔다. 본래 대학의 신입생 선발은 대학 자체의 자율에 속한다. 대학입시가 수능시험에 지나치게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대학은 신입생을 필답고사 위주가 아닌 지·정·덕·체(智情德體)를 참작하는 '전인(全人)평가'에 의해서 선발하도록 장려하고, 교육부는 그런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사법고시·행정고시·공무원고시 등 모든 고시도 전인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본래 모든 활동에 긴요한 인간의 종합적 자질을 종이 몇 장의 시험지만으로 측정·평가할 수는 없다. 옛날 과거제도는 사서삼경을 달달 외우는 자를 뽑았겠지만, 행정 무능자, 부정부패의 도덕적 해이자를 가려내지는 못했다.
셋째, 초·중·고등학교의 교사는 빈약한 시설, 부당한 사회 압력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에도 전인교육의 이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교육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간청한다.
근
자에 실시하기 시작한 '자유학기제도'를 적절히 보완해 그 정신을 모든 학기, 모든 학습에 살린다면 그것이 곧 전인교육에 접근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모든 학기에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까지는 정과수업을 하고 그 후 5시까지는 '자유학습'이 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지금 유명무실화돼 있는 과외활동·특별활동을 크게 활성화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