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 중단 2016년 2월 10일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북한 주민들 '꿈의 직장' 폐쇄… 노동자·상인 생계수단 끊겼어요

최만섭 2016. 2. 24. 11:02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북한 주민들 '꿈의 직장' 폐쇄… 노동자·상인 생계수단 끊겼어요

입력 : 2016.02.24 03:08 

개성공단

북한이 지난달 핵실험을 하고, 설날 연휴였던 지난 7일 미사일을 발사했어요. 우리 정부는 북한을 제재하고자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고(지난 10일), 북한은 공단 완전 폐쇄를 선언하며 공단에 있던 남한 사람들을 30분도 주지 않고 내쫓았어요(11일). 그렇다면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현재 어떻게 지낼까요?

북한에서 직접 전해 온 소식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 대부분이 개성 주민이 아니라 평양이나 다른 지역 출신인 데다 그 인원이 5만4000여 명이나 돼 북한 당국에서 속을 끓이고 있다고 해요. 그러는 한편 '가동 중단을 일방 결정한 한국은 우리의 적'이라는 내부 강연을 열어 근로자들에게는 남한 탓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야 김정은을 향해 돌아오는 북한 주민들의 원망을 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개성공단 폐쇄가 이뤄진 15일 오후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앞이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어요(왼쪽).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북한 근로자들(오른쪽)은 아무런 대책 없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공단을 폐쇄한 북한 당국에 불만이 크다고 합니다.
▲ 개성공단 폐쇄가 이뤄진 15일 오후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앞이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어요(왼쪽).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북한 근로자들(오른쪽)은 아무런 대책 없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공단을 폐쇄한 북한 당국에 불만이 크다고 합니다. /뉴시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에게 주는 월급은 1인당 120달러 정도로, 우리 돈으로 치면 14만7840원이랍니다. 이렇게 지급하는 돈 중 70~80% 정도는 당 자금 명목으로 김정은 호주머니로 흘러들어 간다고 해요. 북한 당국이 '북한 직원들에게 직접 달러로 임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극렬하게 반대했거든요. 그래서 근로자들의 임금을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줄 수밖에 없었죠. 매년 1억달러 이상이 북한 당국에 입금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 것으로 추측된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제재 방법으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탈북자들 말로는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꿈의 직장'으로 통했다고 해요. 임금 대부분을 떼여 북한 주민 손에는 아주 적은 돈만 남지만, 북한에서는 쓰임새가 많거든요. 게다가 공단 내 냉난방이 되고, 우리가 세운 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었죠. 기숙사는 개성시에 있었고, 통근은 우리 기업들이 지원하는 버스를 타고 할 수 있었어요.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나 라면, 커피믹스 등 간식을 제공했는데, 이런 물건이 바깥으로 몰래 빼돌려져 장마당에서 팔리기도 했어요. 이 물건들은 장마당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 한때 통제 물품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북한식 초코파이가 나오는 계기가 됐답니다. 그래서 이번 결정에 대한 개성 장마당 상인들의 불만도 상당했지요.

공단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공단을 전면 폐쇄한 북한 당국의 결정에 대해 기가 막혀 어쩔 줄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직격탄을 맞았다' '누가 우리 월급을 책임져 주냐'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네요. 개성공단에서 공단 제품과 자재 등을 넘겨받아 팔던 북한 전국 상인들의 한숨도 늘고 있습니다.

일부 머리가 좋은 상인들은 이미 공단 관련 간부들과 손잡고 개성 공단에 남아 있는 원자재를 무더기로 사들이는 '사재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네요. 이들 사이에서는 "개성공단의 원자재를 빼돌리면 타 지방 돈주(신흥 부유층)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해요.

개성공단은 북한의 산업 발달을 돕는 한편, 쉽게 만날 수 없는 남북한 사람들이 얼굴을 맞댈 기회를 늘리는 장점도 있었어요. 북한이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협력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김지영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