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를 둘러싸고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의료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나라 밖에서 보는 시선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과 의료 수준은 외국에서도 인정할 만큼 앞서 있다. 의료 접근성을 개선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개발도상국가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일부 의료기관과 기업은 자체 개발한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기술을 소개한다.
◇풍부한 경험, 수준 높은 기술 앞세워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합작한 건강서비스 업체인 헬스커넥트는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개인 건강기록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소속 병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지난해 7월 체결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환자가 자신의 진료정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운동량, 체중, 혈압, 혈당 수치 등을 환자가 직접 입력할 수 있다. 의료진은 진료 이력과 검사 결과, 투약정보 같은 의료정보, 환자가 직접 입력한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이 시스템에는 '투약 리필'이라는 특이한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의사가 처방한 약에 대해 후속 진료 없이 동일한 약 처방을 요청하는 것으로, 환자 입장에서 동일한 질병, 증상에 대해 병원을 재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이 기능은 진료 시 의사와 협의 후 의사가 같은 약을 같은 양으로 써도 증상 관리가 가능하다는 승인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이 개인 건강 기록 시스템은 201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헬스포유(HEALTH4U)' 솔루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환자들의 편의성이나 시스템의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다.
◇개발도상국, 의료 불평등 해소 위해 원격의료 도입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대학과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의료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핵심은 필리핀 원격의료센터에 전자 의무기록, 처방 전달시스템, 의료영상 저장 및 전송 시스템 같은 병원 시스템을 비롯해 원격의료를 위한 응용프로그램(앱)과 모바일 의료기기 개발 등 필리핀 실정에 맞는 원격의료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800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은 수도인 마닐라에 전체 인구의 15%가, 의료 인력의 25%가 집중돼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를 비롯해 그동안 민간병원 위주로 의료시스템이 갖춰져 의료서비스의 편차도 크다. 필리핀 정부는 공공의료 제공을 위해 제대로 된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삼았고, 세브란스병원을 그 파트너로 정한 것이다.
의료 취약지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협진 노하우가 풍부한 가천대 길병원은 페루에 진출한다. 길병원은 섬이 많은 인천의 특성 탓에 취약지 병원과 길병원 간의 원격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고 협진 경험도 풍부하다. 강화도, 백령도, 연평도, 덕적도 등 인천지역 농어촌 취약지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이 지역 의료진은 길병원 전문의를 호출해 CT, 초음파 같은 영상자료와 진료 기록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길병원 전문의는 이를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정해 취약지 의료진 자문을 통해 응급 환자를 진료한다. 이송이 필요하면 응급 헬기를 출동시키고 환자가 이송될 때까지 환자 정보를 분석해 응급대처 준비를 마친다.
길병원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페루 순방을 계기로 페루의 까예따노 헤리디아병원과 원격의료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길병원은 페루에 적합한 원격의료 모형을 구축하고 이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장비를 공동개발할 예정이다. 길병원이 산학협력을 통해 국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무선 초음파 장비도 함께 페루에 진출하게 된다.
2000년대 초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혈당관리법을 연구 중인 서울성모병원은 중국으로 간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교통대학 부속 루이진병원과 만성질환 스마트 원격의료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기관은 중국에서 당뇨병 환자에 대한 원격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에 필요한 임상시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의 중국 진출은 가톨릭의대의 교내 임상시험 전문 벤처기업인 메디칼 엑셀런스, 국내 혈당관리기기 전문 업체인 아이센스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과 의료기술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어 공공의료 차원에서 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정보통신기술과 의료기술을 접목시키는 원격의료는 우리나라가 분명히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서 꽃피는 한국 원격의료 기술… 중국·사우디·페루 수출
입력 : 2016.02.16 04:30
실정에 맞는 원격의료 모델 구축… 원격 영상 판독·자문 가능케 해
동일 질병, 재방문 없이 약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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