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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그 많은 국방비는 다 어디로 갔나

최만섭 2016. 2. 11. 11:08

[양상훈 칼럼] 그 많은 국방비는 다 어디로 갔나



    입력 : 2016.02.11 03:20

    北은 군비 경쟁 포기하고 비대칭 전력에 올인
    南은 그걸 뻔히 보고도 매너리즘 투자만 계속
    수천억달러 국방비 쓰고도 국방 안보 총체적 위기

    양상훈 논설주간 사진
    양상훈 논설주간
    우리나라는 1년에 320억달러가 넘는 국방비를 쓴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엄청난 돈이다. 예산의 10%를 국방비로 쓰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국민 살림살이를 줄이고 줄여서 이렇게 막대한 국방비를 써온 지가 수십 년이다. 북한이 쓰는 국방비를 추월한 지는 이미 오래고 1990년대부터는 최소 몇 배는 더 많이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런 나라의 국방이 총체적으로 실패해버렸다. 아무리 좋은 탱크, 자주포, 전투기, 군함도 핵폭탄 앞에 서면 고철과 큰 차이 없다. 우리가 그 천문학적 돈을 들여 키우고 만든 군사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뜻이다.

    군사력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는 게 아니다. 북한 미사일은 1만2000㎞를 날아간다. 핵탄두 소형화와 탄두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미국 전역이 김정은의 핵 주먹 사정권에 든다는 얘기다. 조잡한 총도 총은 총이고 사람이 맞으면 죽는다. 미국이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과거의 북한을 대하던 것과는 다를 것이다. 미국의 정책과 전략이 1도 조정되면 우리는 10도, 20도 흔들린다.

    미국의 핵우산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할 거라고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도저히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종종 현실로 벌어지곤 하는 것이 인간 세상이고 역사다. 핵은 쓰지 않아도 거둘 수 있는 정치적·군사적 효과도 막강하다. 한국인의 북 핵·미사일 무신경은 이런 문제를 다 검토하고 나온 산물이 아니다. 자체 대북 억지력이 '제로'가 된 상황에서 '설마' 하는 현실 회피·도피 심리일 뿐이다. 이 심리가 미처 예상 못 한 어떤 사건으로 한번 깨지면 나라를 흔드는 대소동으로 연결될 것이다.

    미국 핵우산은 우리가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반격해주겠다는 것이다. 안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무서운 얘기를 했다. "지금 우리가 북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아도 핵은 자동 발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핵 공격을 받은 한국이 핵 반격에 동의하겠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있다. 북의 1차 핵 공격에서 우리 측 50만명이 사상(死傷)했다면 나머지 4950만명이 북의 또 다른 핵 공격을 각오하고 핵 반격을 선택할지, 아니면 산 사람이라도 살자면서 그만두자고 달려들지 알 수 없다." 필자의 솔직한 예측을 말하라면 후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전쟁과 희생을 결심하고 실행할 정신적·정치적·국민적·역사적 자산(資産)이 빈약하다. 그것이 있었다면 북이 핵을 개발하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직업 군인들의 능력과 지혜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전략적 성공을 보면서 우리 군인들을 믿고 걸었던 기대가 허황한 것이었다고 느낀다. 북은 경제력 열세로 남한과 군비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비대칭 전력에 올인했다. 돈이 많이 드는 공군과 기갑부대 등 전통적 군사력 투자를 사실상 멈추고 핵미사일 개발과 우리 수도권을 겨냥한 전술 포병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 결과 20년 만에 남북 군사력 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 군부는 북의 이런 전면적인 전략 변경을 뻔히 보고도 낡고 고루한 사고방식에 안주하다가 20년이란 시간과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전력 증강비를 낭비했다. 의 비대칭 전력에 국가 방위력 전체가 무력화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장군들 사이에서 처절한 반성과 혁명적 발상 전환에 대한 논의는 싹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은 한국 군부의 이 매너리즘을 이용해 남한의 국방비가 엉뚱한 곳에 계속 들어가게 만드는 전략적 기만에도 성공했다. 이제 우리는 이 사실을 알아도 방향을 틀기도 어렵다. 수많은 방위산업체의 이해관계와 계약 관계뿐만이 아니다. 장군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국방 예산 쉽게 더 많이 타먹기 궁리'가 정말 고질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때만 되면 '비행기도 북이 많고 탱크도 북이 많고…' 하면서 북의 낡은 재래식 전력을 뻥튀기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비대칭 전력이 있다. 막강하다. 북의 100~1000배에 달하는 경제, 북을 압도하는 과학기술, 지속 가능한 민주 체제가 그것이다. 북은 흉내도 낼 수 없다. 이 비대칭 전력을 바탕으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방비 320억달러의 투자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핵 개발은 극단적 최후 수단이다. 그에 앞서 북 지도부 동선에 대한 실시간 탐지 및 정밀 타격 능력, 장거리 특수전 능력, 동시 병렬 작전(1시간 내 전략 목표 1000개 동시 마비) 능력, 사이버 공격 능력 등에 대한 대량 투자를 감행하고 DEW(지향성 에너지 무기) NLW(비살상 무기)에 대한 연구도 지속해야 한다. 국방 기술 R&D(연구·개발)와 인프라만 새로 구축할 것이 아니라 안보 전략도 민첩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럴 결의가 있는지는 우리 군부가 국방을 총체적 위기에 빠트린 무능과 안이를 인정하고 사죄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