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삼희의 환경칼럼] 온난화가 몰고 왔던 한파

최만섭 2016. 2. 6. 17:28

[한삼희의 환경칼럼] 온난화가 몰고 왔던 한파

입력 : 2016.02.06 03:00

북극 얼음 녹는 탓에 더 더워진 북극권
찬 기단 南下 막아준 제트기류 약해지면서 곳곳에 한파-폭설
복잡한 인과관계로 이해도 어렵고 해결책 찾기도 힘들어

한삼희 논설위원 사진
한삼희 논설위원

지난달 하순의 한파(寒波)를 보면서 '기후변화' 문제는 정말 고약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됐다. 지난달 강추위는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우리만 추웠던 게 아니다. 미국 동부는 눈폭풍에 덮였고 아열대인 중국 광저우에 87년 만에 눈이 내렸다.

세계 곳곳에 강추위가 찾아온 것은 북극 일대가 더워졌기 때문이다. 북극권과 북반구 중위도 사이는 기온 차가 커서 강한 공기 흐름이 생긴다. 북극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바람이다. 그 바람이 지구 자전에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쏠리면서 북극을 감아 도는 제트기류(polar vortex)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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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문 용어) (물・공기 등의) 소용돌이
2. (문예체) (비유적인 의미의) 소용돌이 예문열기

북극은 온난화에 제일 예민한 지역이다. 바다 얼음(sea ice)이 녹기 때문이다. 북극 바다 얼음은 1년 중 면적이 가장 좁아지는 9월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35년 사이 30% 줄었다. 바다 얼음은 태양 복사에너지의 80% 이상을 우주로 반사한다. 반면 얼음이 녹고 난 후 노출되는 바닷물은 태양에너지 가운데 5~10%만 반사하고 대부분을 흡수한다. 이 때문에 북극권은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 폭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북극과 중위도 사이 기온·기압 낙차(落差)가 좁혀지면서 제트기류는 약해진다.

제트기류는 북극권 주변을 돌면서 북극 찬 기단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가둬두는 일종의 둑(fence)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제트기류가 헐거워지면 북극 기단이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와 버린다. 헐렁해진 제트기류가 출렁거리면서 북극권 찬 공기의 혀가 어떤 때는 아시아에, 어떤 때는 유럽 또는 북미 쪽으로 이리저리 날름거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해 '지구온난화가 북반구 곳곳에 한파를 몰고 온다'는 것이 된다. 기후변화의 '골치 아프고 모순적이고 고약한' 성격을 보여주는 예다. 난해하고 아리송하다 보니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시키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학 현상만 그런 게 아니다. 기후변화 관련 정책 효과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수가 있다. 유럽 국가들이 저탄소 에너지를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식물 추출 '바이오 디젤'을 차량 연료로 쓰게 했던 정책이 그런 경우였다. 그랬더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려고 열대 밀림을 베어내고 야자 플랜테이션을 조성했다. 그 바람에 밀림 습지 피트층에 갇혀 있던 농축된 유기물질들이 파헤쳐지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보자고 도입한 정책이 되레 온실가스를 더 많이 뿜어냈다.

기후변화 문제엔 많은 현상이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 그걸 해결해보겠다고 섣불리 덤벼들다가는 예측 못 했던 더 골치 아픈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런 데다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이타적(利他的) 행동이다. 지금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로 우리 자신이 심각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손자, 또는 손자의 손자 세대쯤 가서야 구체적 피해가 나타날 것이다. 지역적으로 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엔 커다란 공간적 간격이 놓여 있다.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해온 것은 부자 나라 소비자들이다. 50년 뒤, 100년 뒤 그에 따른 피해에 가장 심각하게 직면할 사람들은 대응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국 국민이다.

사람은 이기적(利己的) 동물이다. 그런데 내가 아니라 남, 그것도 먼 미래의 다른 나라 국민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라고 하면 먹혀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는 특정 집단만 아니라 많건 적건 세계인 모두가 배출하고 있다. '나의 책임'이 70억분의 1밖에 안 되는 사안을 갖고 절박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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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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