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진단하는 의사 역할은 과학기술 발달로 점차 약화돼
인성·덕성 갖춘 인재 뽑아 인격 수양하고 다듬을 시간줘
환자과 소통하고 고통 나누며 사회정의 실천하는 의사로
눈부신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 우리 의료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환자의 유전적, 생물학적 특성과 생활 습관 정보에 따라 개별화된 맞춤 치료가 늘어나게 된다. 병원 중심의 의료가 재택(在宅) 치료와 자가(自家) 진단 중심으로 바뀌어, 병원을 찾고 입원하는 환자가 줄어들게 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의료 정보에 대한 의사의 우월적 지위가 약화되고 환자의 자기 주도적 결정권이 강화되는 의사-환자 관계의 변화가 가속된다. 이에 따라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공지능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이 수술을 대신 하는 등 전통적인 개념의 의사 역할이 줄어들 것이다. 인간의 언어로 묻고 답하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은 진단 정확성이 숙련된 의사 못지않아 실제로 코넬 의대 암센터에서 환자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가 비노드 코슬라(Koshla)는 미래에는 80%의 의사가 필요 없게 된다고 예측하였다.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 의료의 시대에 의사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어떤 의사를 키워내야 할까?
미래의 의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지휘봉 하나로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지휘자처럼, 의사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역량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 간호사, 의료기사, 병원 행정가 등이 자신들의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통솔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이런 이유로 미래를 대비한 의학 교육은 직업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깊이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협업과 역할 분담에 능숙한 의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미래의 의사는 또한 환자와 교감하며 소통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치유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날로 늘어나는 각종 검사 장비들에 매몰되면, 의사가 환자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진찰하는 시간은 줄고 대신 컴퓨터 속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적 교감을 대체할 수는 없다.
왓슨과 같은 컴퓨터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의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의과대학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이고 동료 의료인들과의 소통 기술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불어 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의 의사는 사회를 치료하는 '대의(大醫)'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안녕은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의료 자원이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의학 교육이 아니라 의료 정책과 사회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국민 보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 선발 과정부터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학업 능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필요한 인성과 소통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 여학생을 감금하고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의대와 의전원에 입학하는 3000여명의 학생은 성적이 매우 우수하지만, 좋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남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을 지녔는지, 또는 인격을 수양하고 인성을 다듬을 시간과 기회가 충분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들이 학생 선발 과정에 다양한 면접 방식을 도입한 것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의 수재들이 몰리는 의과대학에서 어떤 학생을 선발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의사로 길러낼 것인지 국가 백년을 내다보며 고민해야 할 일이다. 인성과 덕성을 고루 갖춘, 마음 따뜻한 의사가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의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지휘봉 하나로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지휘자처럼, 의사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역량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 간호사, 의료기사, 병원 행정가 등이 자신들의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통솔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이런 이유로 미래를 대비한 의학 교육은 직업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깊이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협업과 역할 분담에 능숙한 의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미래의 의사는 또한 환자와 교감하며 소통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치유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날로 늘어나는 각종 검사 장비들에 매몰되면, 의사가 환자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진찰하는 시간은 줄고 대신 컴퓨터 속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적 교감을 대체할 수는 없다.
왓슨과 같은 컴퓨터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의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의과대학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이고 동료 의료인들과의 소통 기술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불어 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의 의사는 사회를 치료하는 '대의(大醫)'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안녕은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의료 자원이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의학 교육이 아니라 의료 정책과 사회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국민 보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 선발 과정부터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학업 능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필요한 인성과 소통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 여학생을 감금하고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의대와 의전원에 입학하는 3000여명의 학생은 성적이 매우 우수하지만, 좋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남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을 지녔는지, 또는 인격을 수양하고 인성을 다듬을 시간과 기회가 충분했는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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