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失敗)한 목공(木工)은 발붙일 곳이 없다.
나는 실패(失敗)한 시인(詩人)이 되어 집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산에 올랐다.
산이 세월(歲月)이 그린 세상(世上)을 삼킬 때
철없는 아이는 황토색 수의(壽衣)에서 뛰놀고
속 깊은 죽마고우(竹馬故友)는 초록 바람 끝에서
행복(幸福)을 노래한다.
늘 산 아래에 서 있는 노지심이 걸식(乞食)을 자랑할 때
대지(大地)
바다
하늘보다 넓고 깊은 인간(人間)의 마음은
공허(空虛)에 쫓겨서 망상(妄想) 속에서 헤맨다.
나는 산 중턱에서 우울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일상(日常)의 환희(歡喜) 속에 몸을 숨긴
성인(聖人)의 언어(言語)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