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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希望)

최만섭 2007. 2. 13. 16:54

 

1.
저작거리에서 회색 우주복을 입은 홀아비가
얕은 가슴을 고상한 인격(人格)으로 숨긴 과부에게
희망(希望)은 존재(存在)하지 않는다고 속삭였다.
 
전철 안에서 소승(小乘)과 소아(小我)를 흠모(欽慕)하는
노파가 묵직한 대나무 바늘로 다이아몬드같이 빛나는
숄을 뜨고 있다.

 

나는 시인(詩人)이 되어 시(詩)를 낭송(朗誦)하고픈 충동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희망(希望)은 이승에서는 로마의 궁전(宮田)에서
저승에서는 신(神)의 궁전(宮殿)에서 영생(永生)하는

욕심 많은 인간(人間)이 부르는 승리(勝利)의 축가(祝歌)가 아니라

 

깎아지른 듯이 급하게 솟은 비탈진 벼랑에 서서
죽음 같은 절망(絶望)에 빠진 가련한 여인에게 신(神)
이 불러주는 감미로운 축가(祝歌)란 말이요.

 

희망(希望)은 차승(此乘)과 피안彼岸)의 갈림길에 서서
삶에 대하여 인생(人生)에 대하여 진지하게 묻는 어여쁜 여인에게
신(神)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란 말이요.

 

2.
내가 만난 희망(希望)이 없는 사람은 인간(人間)이 만든 야만적인
신분제도를 신의 작품(作品)이라 믿고 숭배(崇拜)하는 인도의
불가촉천민(Untouchable)이다. 

 

내가 만난 희망(希望)이 없는 사람은 의식이 없는 마음의 상태가
청정(淸淨)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사는 무지(無知)한 사람이다.

내가 만난 희망(希望)이 없는 사람은 악귀 세계에서 싸움을 일삼는 귀신처럼 살면서 스스로 성인군자(聖人君子)라는 망상(妄想)에 젖어 사는 오만(傲慢)한 사람이다.

 

3.
나는 희망(希望)을 찾아 아일랜드로 떠났다.
아일랜드인은 청빈(淸貧)하고 근면(勤勉)하게 생활(生活)하는 순박한
가톨릭 신자다.
아일랜드인은 국가(國歌)와 민족(民族)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고전주의자(古典主義者)다. 아일랜드는 198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사회협약을 통해 노와 사가 화합(和合)했다.

 

희망(希望)은 언어(言語)를 망각(忘却)한 시인(詩人)과
색감(色感)을 잃어버린 화가(畵家)가 손을 맞잡고
진리(眞理)를 경험(經驗)한 성인(聖人)의 자취를 좇는 것이다.

 

희망(希望)은 화려한 연희 복으로 치장(治粧)한 가난한 아일랜드 여인들이
톨스토이 농장으로 행진하면서 성(聖)스럽게 부르는 성가(聖歌)다.
"인간(人間)이 존재(存在)하는 한 희망(希望)은 존재(存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