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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최만섭 2007. 2. 13. 16:50

나는 1978년도 포항 송도 바닷가에 섰다.

바다 끝에 나타난 귀인(貴人)은 망상(妄想)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따뜻한 허상(虛想)이었다.


그가 물 위를 걸어 내게 다가오고 있다.


가슴이 연탄같이 검게 탄 노인이

겨울 바다로 뛰어들었다.

노인은 하늘을 보고 섧게 노래를 부른다.


바다 속에서 새벽이 밝아올 때

바다에 남편을 빼앗긴 젊은 아낙은

소주잔을 기울인다.


가슴이 찢어진 사람은 거센 바닷바람을 맞아야 산다.


나는 2007년도 포항 송도 바닷가에 섰다.

방파제에 부딪혀 산산 조각난 인간(人間)의 마음이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말이 닿지 않고

생각이 근접(近接)하지 못하는

인간(人間)의 마음은 바다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