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희룡, 집값 잡고 대권 질주? ‘김현미 시즌2’?

최만섭 2022. 8. 6. 16:07

 

원희룡, 집값 잡고 대권 질주? ‘김현미 시즌2’?

<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재건축발 집값 급등, 7월 전세대란설 등 2대 악재 극복해야
원자재 대란, 둔촌 주공 공사 중단 등 현안 신속 해결해야
GTX 활용하면 저렴한 신도시 신속 공급 가능, 공급 로드맵 필수
헛 공약 남발하다간 폭망, 실현 가능한 정책 목표 제시해야
금리인상, 주택공급확대, 서울시 정책 전환 등은 호조건

입력 2022.04.23 09:45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시험대에 섰다. 그는 당장 재건축 규제완화발 집값 상승과 7~ 8월 전세 대란설이라는 ‘2대 악재’와 직면해야 한다. 두 난제를 현명하게 극복한다면 원 후보자는 대권이라는 차기 목표를 향해 질주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김현미 시즌2′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재건축발 집값 상승, 전세대란설 등 2대 악재 직면

최근 집값이 다시 심상치 않은 이유는 윤석열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재건축은 주택시장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안전진단과 용적률 규제를 풀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치는 당연히 튀어 오를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재건축 규제완화가 단기적으로 꺼져가던 집값에 휘발유를 들이 붙는 격이 될 수 있다. 재건축 수혜지역은 서울 강남과 강북은 물론 1기 신도시 등 수도권 전역을 포함하는 만큼, 폭발성이 크다.

7월~8월에는 ‘임대차 3법’ 발 전세대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020년 임대차법을 개정하면서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하고 계약기간을 ‘2년+2년’으로 연장했다. 당시 2년 연장한 전세 계약자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 최근 서울 전세매물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대출규제완화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전세와 매매 시장에 다시 유동성을 주입시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가운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6공구 건설현장을 방문해 GTX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원 장관 후보자가 재건축발 집값 급등과 임대차3법 발 전세대란이라는 2대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과열된 시장을 냉각시킨 주역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다. 대출 자체를 틀어 막아 집값을 동결시키는 극단적 정책을 펼쳤다. 현금부자만 집을 사고 서민들은 전세금 마련에 애를 먹는 등 부작용이 많았지만, 주택시장의 소방수 역할을 했다. 대출규제 완화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지만,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심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원희룡 장관 후보자는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듯, 규제완화 속도 조절론을 피력하고 있다. 일단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낮은 보유세 정책, 주택 공급 정책에 집중하고 재건축 규제완화라는 보완책을 마련한 후 추진하는 전략이다.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장미빛 정책을 남발하다가는 김현미 전 장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원 후보자는 ‘대장동 1타 강사’에 이어 ‘주택시장 1타 장관’이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을까?

비전문가 유력 정치인이라는 점은 김현미 전 장관과 동일

윤석열 당선인이 국토부장관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지명한 것은 예상하기 힘든 깜짝인사였다. 당초 김경환 전 국토부 차관, 심교언 건국대 교수, 국토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의원과 정창수 전 국토부 차관 등이 거론됐다. 원 후보자는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존재감을 키웠지만 주택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를 민주당이 장악한 현실을 고려, 정치인 특유의 추진력을 가진 원 후보자가 선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장관 후보자가 성공하려면 김현미 전 장관의 실패에서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실패는 3선 의원, 실세 정치인 김현미 전 장관의 폭주가 큰 몫을 했다.

김 전 장관은 취임 당시에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다주택자들 탓”이라는 집값 투기꾼 책임론을 피력하며 무리한 정책을 밀어 붙였다. 3년 5개월의 긴 재임 기간 동안 숱한 정책적 실책을 되풀이 했다. 특히 ‘임대차3법’은 전세 가격은 물론이고 월세의 확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택 정책의 기술자들인 국토부 관리들은 물론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까지 무시한 결과이다. 공급부족론을 맹공하던 김현미 전 장관은 결국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며 자신의 정책적 실수를 인정했다.

김현미 전 정관의 최대 실책은 주택시장을 시장의 논리가 아닌 당위와 신념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 것이다. 다주택자는 시장 교란세력이고 주택공급 확대는 건설업체가 만든 가상의 프레임이라는 식이었다. 주택가격이 세제, 금융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주택정책의 실패가 국토부 장관만의 책임은 아니다. 문제는 김현미 전 장관이 그런 시장의 법칙을 무시하고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고, 그 말을 믿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벼락거지가 됐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원 후보자가 성공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 주택 정책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신도시의 경우, 발표에서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국토부 장관이 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재임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 유동성, 소득 증가, 수출증가 등도 집값을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특성상 실현 불가능한 정책 목표를 남발하기 쉽다. 장미빛 약속의 남발은 결국 부메랑이 된다. 김현미 전 장관의 최대 실책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해 놓고 당장 달성가능하다고 큰 소리 친 것일 수 있다.

◇원희룡, 금리인상기라는 호조건

윤석열 당선인도 원 장관 후보자에게 “(국토교통부 장관직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 장관 후보자는 김현미 전 장관의 취임때보다 훨씬 호조건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 덕분에 충분한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이미 형성돼 있다. 3기 신도시의 개발이 본격화됐고 재건축, 재개발 규제로 주택공급을 가로막았던 서울시도 오세훈 시장이 집권하면서 공급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도로 공급이 언제 이뤄지느냐는 것이다. 집값 상승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2024~2025년부터는 공급과잉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입주물량이 많은 세종시와 대구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입주물량이 많은 인천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 장관 후보자의 최대 행운은 금리인상기라는 점이다. 금리인상은 집값 안정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완만한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의 신호로 집값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은 주택수요를 급감시킨다.

전세계적으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도 금리인상의 효과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4차례 올려 기준금리가 0.5%에서 1.5%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일부 대출금리가 6%대로 치솟았다. 미국은 기준 금리 인상 시동이 막걸렸지만,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이미 치솟고 있다. 2년전 2.8%까지 내렸던 30년 모기지 금리가 5.2%까지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값을 잡은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것은 보금자리 주택 정책의 효과도 있지만, 리먼사태와 노무현 정부 후반기의 주택 공급확대 정책 등이 결정적이었다.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겠지만, 역사는 금리인상이 향후 집값 안정의 최대 요인이라고 기록할 수도 있다.

GTX A노선의 완공이 임박했다는 점도 국토부 장관의 정책적 선택 폭을 넓힌다. GTX 노선을 일부 연장하면 얼마든지 광역교통망을 갖춘 저렴한 신도시 개발이 가능하다. 일본 도쿄의 집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원인중 하나가 전철과 연계한 택지개발이다.

원자재 대란, 둔촌주공 공사 중단사태도 해결해야

원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면 당장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중단 사태는 주택시장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1만2000여가구의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규모가 4786가구에 달한다. 일반 분양이 연기되고 있는 것은 시장 참여자에게 좋지 않은 신호가 될 수 있다. 일반 분양가를 지나치게 통제해 조합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강해지면서 시공사와 조합간 충돌사태가 공사중단으로 이어졌다. 둔촌주공 뿐만 아니라 상당수 재건축, 재개발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

철강, 목재,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설사와 납품, 협력업체와의 갈등이 전국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적절한 중재를 하지 않는다면 전국 곳곳에서 건설 중단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공급확대 정책의 가시화도 필수적이다. 집값 안정에는 분양물량의 확대가 긴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신도시 개발 일정 단축도 필요하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재건축 규제완화이다. 역세권 용적률 500% 상향조정도 임대주택 등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하지만 시장은 무조건적 용적률 완화로 인식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을 도시계획과 시장이라는 현실과 접목시켜야 한다.

주택정책의 목표 명확하게 설정해야

원 후보자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택 정책의 역사가 오랜 선진국들도 주택공급 부족과 저금리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정부는 집값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 주택가격이 단기 정책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경험 탓이다. 집값 급등기에 나오는 선진국들의 정책은 주택 공급확대 정책이다. 저렴한 서민용 주택공급 확대지원책과 청년층의 첫 내집마련을 돕는 대출 지원제도의 강화이다.

선진국의 정치인과 정책당국자들이 “집값을 잡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는 이유를 원 장관 후보자는 고민해봐야 한다. 선진국 주택정책의 공통적 목표는 저렴한 주택공급의 확대이다. 고가 주택이 정책대상은 아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성과에 집착한 정책을 펴면 오히려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면서 “주택시장의 순환주기와 공급시차를 감안해서 긴 호흡의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