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삼희의 환경칼럼] 드디어 중국이 '미세 먼지 책임' 인정한다는데

최만섭 2019. 11. 6. 05:12

[한삼희의 환경칼럼] 드디어 중국이 '미세 먼지 책임' 인정한다는데

조선일보

3국 상호인정 분석 결과 다음 주 발표… 대기오염 외교 큰 전환점
韓·中은 제로섬 아니라 성과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로 가야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그제 서울서 열린 대기오염 국제포럼에서 자국 미세 먼지 개선 성과를 홍보했다. 중국 오염이 한국에 끼치는 피해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물밑 흐름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르다. 중국 정부가 한국 미세 먼지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한·중·일 공동연구 결과의 발표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발표는 다음 주 이뤄질 전망이다.

3국 공동연구는 '동북아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 프로젝트(LTP)'라는 사업이다. 한국 국립환경과학원, 중국 환경과학연구원, 일본 대기오염연구아시아센터 등 세 연구기관이 동일한 배출원 자료를 갖고 서로가 인정하는 모델링(복잡한 연결 반응식을 통한 결과 추정)을 써서 국가 간 영향의 정량적 분석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원래 작년 발표 예정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자기네 배출원 자료가 2010년 수치였던 점을 문제 삼았다. 미세 먼지 오염을 3분의 1 떨어뜨린 2013~17년의 대기오염 방지 5년 계획의 성과가 반영 안 됐다는 것이다. 결국 올 2월 중국 정부가 제공한 2017년 업데이트 자료를 갖고 3국 연구기관이 각각 '자국 기여율'과 '국외 기여율'을 뽑아냈다. 한국(서울 대전 부산) 일본(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중국(베이징 선양 톈진 칭다오 다롄 상하이)의 12개 도시를 대상으로 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중국→한국 기여율'일 것이다. 연구 참여진들은 정확한 수치를 말해주지 않았다. '3국 공동발표' 약속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한국·일본의 분석 결과는 한국 환경 당국이 그간 밝혀온 '국외 기여율 연간 평균치 30~50%'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50%보다는 30%에 가까운 쪽이었다고 한다. 중국 측 모델링 결과에 대해선 "한·일 분석과 썩 차이가 있다"는 사람도 있고, "오차 범위 내"라고 한 사람도 있다. 국내에선 연 평균값보다 고농도 시기 중국 기여율이 더 관심인데, 이는 나중 별도로 공개한다고 한다.

실천철학자 피터 싱어는 지구 대기를 세계 각국이 공용으로 쓰는 수채통에 비유했다. 수채통 용량이 무한(無限)하면 누가 뭘 얼마나 버리든 상관없다. 용량에 한계가 있으면 한 나라가 너무 많이 버릴 경우 다른 나라가 수채통을 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오염 책임은 '원인자 부담'이 기본 원리다. 수챗구멍을 더 망가뜨린 사람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버렸는지 정확히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LTP 공동연구는 그걸 확인해보려는 작업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에어 비주얼이라는 국제 민간 조사기관이 세계 최악 초미세 먼지 오염 도시 50곳을 뽑았는데 인도가 25곳, 중국이 22곳을 차지했다. 중국 오염은 그만큼 심각하다. 중국은 면적이 한국의 100배, 인구는 30배나 되고 바람은 한국 쪽으로만 분다. 이번 연구에서도 중국 도시들에 미치는 한국 영향은 1~2%의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계산됐다고 한다. 상호 주고받는 것이라야 협상이 쉬운데, 한·중 미세 먼지는 일방적 관계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에 가하는 피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작년 12월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서울 오염은 주로 현지 배출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기 질은 최근 몇 년 상당 수준 개선됐는데 서울은 정체 상태였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이번에도 중국은 9월의 최종 조율에서 "3국 수치의 평균값을 발표하는 게 어떠냐"고 다소 상식 밖 제안을 했다고 한다.

LTP 사업이 '상호 인정하는 각국 연구의 발표'까지 온 것은, 서로의 수치에 얼마간 격차가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진전이다. 유럽도 스웨덴의 산성비 피해 주장이 낮은 단계의 합의까지 결실을 맺는 데 12년 걸렸다. 현상적으로는 '중국=가해자, 한국=피해자'의 구도가 맞지만, 중국이 일부러 미세 먼지를 한국 쪽으로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일본을 위해 환경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듯, 중국도 한국을 위해 결사적으로 미세 먼지를 줄이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스스로 자국민 건강을 위해 미세 먼지 해결을 절박하게 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중국이 더 열심히 해줘야 한국 미세 먼지에도 도움이 된다. 한·중 관계를 '가해-피해'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중국이 성공해야 우리도 이득을 얻는 협력적 파트너 관계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손가락질하면
감정 문제로 비화하고 해결은 멀어진다. 상대의 노력은 격려해줘야 그들 역시 속으로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까. 중국이 세계 지도국 지위를 꿈꾸는 국가로서 자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이웃 국가에 폐를 끼치는 오염 문제는 해결하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촉구하고 중국이 이에 귀를 기울인다면, 두 나라가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협력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5/20191105036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