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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이야기] 무기·병원균·금속이 역사 발전 좌우… 지리적 여건에 따라 문명도 차이 나

최만섭 2022. 8. 9. 05:07

[고전 이야기] 무기·병원균·금속이 역사 발전 좌우… 지리적 여건에 따라 문명도 차이 나

입력 : 2022.08.09 03:30

총, 균, 쇠

 ‘총, 균, 쇠’ 초판. /위키피디아

"질병은 인간을 죽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므로 역사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 중에는 전투 중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85)의 '총, 균, 쇠'(1997)는 "인류 문명의 불균형을 파헤친 놀라운 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무기와 병원균·금속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1만3000년의 인간 역사를 통해 보여준답니다.

대륙마다 문명의 발전 속도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과거에는 생물학적 차이에서 찾았다고 해요. 즉 인종주의적 설명이 주를 이뤘던 거죠. 역사 인식에도 백인의 우월성이 암묵적으로 작용한 탓이었어요. 하지만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리 환경', 즉 '환경적 차이'가 각 문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해요.

사실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는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유럽 대륙은 같은 위도를 따라 동서 이동이 자유로워 비교적 빠르게 문명이 전파됐어요. 반면 아메리카는 남북이 매우 좁은 파나마 지협으로 연결돼 있어 문명 전파가 어려웠지요.

저자는 인류의 발전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수렵과 채집을 넘어 농경 생활이 시작되고 안정적 생활이 가능해지자 생계 유지 이외에 '잉여(剩餘)'라는 개념이 생겨났지요. 사람들은 문자를 사용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예술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정부와 제도도 만들었고요.

이 과정은 전 세계 어느 민족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발전은 모두 그 어느 대륙보다도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고 해요. 한발 앞서 문명을 발전시킨 유라시아인은 서로 모여 살며 활발히 교역하고, 가축과 가까이 생활했어요. 그러면서 천연두·홍역·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전염병을 겪었고, 이내 여러 병원균에 면역력을 갖게 됐어요.

이들의 면역력은 그 자체로 아메리카 대륙 등의 원주민을 위협하는 무기였어요. 유라시아인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 너머를 욕심 내기 시작했고, 아메리카를 침략하기 시작했어요.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던 많은 원주민이 죽어갔지요.

저자는 유라시아인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를 '쇠'라고 분석해요. 쇠를 이용해 기술을 발전시키며 농경 사회는 물론 산업 사회를 부흥시켰고, 궁극에는 물질 문명 자체를 혁신했다는 거지요. 이 책은 역사의 발전 단계를 되짚어 오늘날 세계가 왜 불평등한지를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저작입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