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소년의 눈에 비친 北 수용소… 세계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0.06.17 03:00
'트루 노스'로 안시영화제 진출한 재일교포 4세 시미즈 한 에이지
"연좌제를 적용해가며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고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15일 시작된 제44회 안시(Annecy)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트루 노스(True North)'가 장편 콩트르샹(Contrechamp) 부문에서 경쟁 중이다. 트루 노스의 제작자인 재일교포 시미즈 한 에이지(淸水ハン榮治) 감독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0년에 걸쳐서 만든 이 영화가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루 노스'로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 부문에 진출한 시미즈 한 에이지 감독. 그는 "이 작품이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하원 특파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미국·일본의 경제제재를 무시하는 김정은 정권이 가장 아파하는 것이 영화를 통해 북한의 실상이 알려지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2014년 북한 비판 영화 '인터뷰' 때도 강하게 반발했는데 그만큼 영상이 가진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안시 영화제는 칸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이 독립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축제 중 하나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30일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개최되며 19일 수상 여부가 결정된다.
러닝타임 90분의 트루 노스는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귀환 사업' 명목으로 북한 땅을 밟은 재일교포 9만여 명이 배경이다. 간첩 혐의로 수용소에 갇힌 재일교포 가족이 겪는 고통을 아홉 살짜리 소년 '요한'의 시각에서 그려냈다. 저예산 독립 영화이지만 디즈니, 픽사 등의 거대 기업이 만든 애니메이션처럼 입체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트루 노스'에서 수용소 수감자들(위)과 탈주하는 이들에게 총을 겨누는 군인이 등장하는 장면.
시미즈 감독은 21세 때 일본으로 건너온 아버지와 재일교포 3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4세. 요코하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1959년부터 시작된 북송 사업으로 많은 재일교포가 북한으로 건너간 후 연락이 끊겼다는 얘기를 듣고 자라났다.
시미즈 감독이 '트루 노스'를 만들기로 한 것은 10년 전. 그가 출판·영상 제작자로서 티베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일본 휴먼 라이츠 워치(HRW)의 도이 가나에(土井香苗) 변호사가 제안했다. "인권 문제가 더 심각한 북한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가 읽기 시작한 것이 북한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의 '14호 수용소 탈출'이었다. "신동혁씨의 책이 오류가 있고 과장됐다는 논란이 있지만, 그 책을 읽고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에 내가 잘못하면 외할머니가 '나쁜 짓 하면 북한의 수용소로 끌려간다'고 말하던 기억이 되살아났지요."
트루 노스를 만들기 위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 경비병 출신 안명철씨를 포함, 탈북자 40여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본을 만들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발한 인도네시아에서 다국적 인력을 수십명 동원해 작업했다. 유명 애니메이션 '뮬란' 제작에 참여 한 매슈 와일더가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드는데 돈은 받지 않아도 좋다"며 음악을 맡은 것도 힘이 됐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연좌제, 수용소는 용서해서는 안 되는 개념"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요즘 사이가 좋지 않은데 재일교포로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위해 양국이 협력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한국판 예고편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0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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