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사설] 지금 工大가 10년 뒤 우리 경제, 무슨 미래 있나

최만섭 2016. 10. 11. 07:02

[사설] 지금 工大가 10년 뒤 우리 경제, 무슨 미래 있나

입력 : 2016.10.11 03:14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정체되는 이유가 공과대학의 인재 양성 시스템이 고장 났기 때문이라는 본지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기획 연재에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한국 주요 공대들은 국제화와 예산 증액에 노력하고 있지만 연구·교육·창업 모든 면에서 해외 대학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한국 공대에선 산업과 세상 돌아가는 현실에 맞춘 강의를 찾아보기 힘들고 이론 수업 일색이다. 미국 공대 과목은 산업 현장을 앞서가는데 우리는 뒤따라가지도 않는다. 산업계에선 요즘 1년은 과거 10년 같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공대 강의 내용은 1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국내 425개 모든 대학의 2014년 기술이전 수입이 총 576억원인데 미국 프린스턴대 한 학교의 1년 수입이 1582억원이라는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 칭화대는 지난해 1500억원, 베이징대는 800억원 이익을 남겼다. 이 현실이 10년, 20년 뒤 우리 경제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암담하기까지 하다.

고장 난 공대 시스템 한가운데에는 교수 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있다. 같은 공대 내에서도 전공이 다르면 남처럼 지내고, 학과 벽을 더 높게 쌓는 폐쇄주의가 있다. 이들은 다른 학과와 산업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채 학과 울타리에 안주한다. 공동·융합연구가 나올 리 없다. 공학 연구비를 줄 때도 학연을 따진다고 한다.

이공대 교수들 사이엔 '연구는 의미 있고, 학생 교육은 덜 중요한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교수 실적을 평가할 때 논문 숫자 등으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10년째 같은 커리큘럼으로 강의하는 교수가 있어도 대학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학원에서 과외 공부를 하는 공대생들이 있다고 한다. 기막힌 얘기다.

이제라도 공대 학과 울타리를 낮춰 학과·전공 간 융합 연구·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교수 임용 울타리도 낮춰 현장을 잘 아는 산업계 출신, 학연과 상관없이 실력 있는 인사가 교수 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연구 성과는 논문 양(量)이 아닌 질(質)로 판단하고, 잘 가르치는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평가 체제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첨단 현장과 유리된 교수들에게 강력한 자극을 주고 그래도 안 되면 퇴출시키는 풍토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