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최만섭 2022. 8. 27. 17:37

 

 

고향                                                                                                                          

 

 

 

고향

 

어제도 자존심을 십 년 넘은 나무옹이같이 다부지게 뭉쳐서 동해에 던져버렸다. 나같이 칠십이 되도록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변변치 못한 가장은 자존심을 많이 버릴수록 식솔들의 생활이 안정될 것이라는 나름 그럴듯한 희망에 목을 매면서 매일 자존심 버리는 연습을 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버린다는 의미는 자기 마음속에 붙어있는 수많은 물혹을 떼어내는 것이다. 부부 자식 친구 은인 그리고 원수 등 모든 인연과 업보를 떼어내고 나면 마음은 건강해지겠지만 결국 나는 혼자가 되는데, 내가 과연 홀로된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낼 수가 있을까?

 

매일 새벽에 좌선하고 명상에 들어갈 때마다 반복되는 내 잡념의 패턴은 내 삶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나와 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시작하여 잊어버리고 싶은 악연 등을 지나서 마침내 신세계에 도달하는 내 망상의 행로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희망이 되었다.

 

1990년대 홍보 업계 전설이었던 '조안 리'는 나라는 본질적인 존재 앞에 겸손해졌을 때 비로소 5S를 보았다고 하였다. ‘단순(Simplicity)’. 진정한 사랑은 단순하다. 둘째, ‘침묵(Silence)’. 침묵은 금이다. 셋째, ‘느림(Slow)’.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삶의 리듬을 즐기자. 넷째, ‘나눔(Share)’. 홀로 섬처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섯째, ‘웃음(Smile)’. 난 원래 미소 짓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웃음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오래 살게 해준다.”

 

우리가 고향에서 다시 만나는 친구는 냇가에서 벌거벗고 물장구치던 죽마고우가 아니며우리가 고향에서 다시 만나는 첫 사랑은 이별을 담당하지 못해 온몸으로 울부짖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가련한 여인도 아니고, 우리가 고향에서 다시 만나는 산과 들은 온종일 바라보면서 그 넓은 품속을 헤매다가 잠이 들었던 산천초목도 아니다.

 

우리가 고향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들 자신의 진솔한 모습이다. 그것은 숨겨진 우리의 속마음이며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세워진 신의 나라이다.

 

2022년 8월 28일

최만섭 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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