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화춘심(和春深)백거이(白居易)

최만섭 2022. 5. 16. 05:13

화춘심(和春深)백거이(白居易)

봄은 깊어가는데-백거이(白居易)

何處春深好(하처춘삼호) : 어디서 무르익은 봄을 즐겨보나
春深貧賤家(춘심빈천가) : 빈천한 집안에도 봄은 깊어만가는구나
荒凉三徑草(황량삼경초) : 황량한 뜰 안 길섶에 풀은 무성하고
冷落四隣花(냉락사린화) : 차갑게 흩어진 사방 이웃의 꽃잎들이여
奴困歸傭力(노곤귀용력) : 종은 지쳐 밭갈이에서 돌아왔는데
妻愁出賃車(처수출임거) : 아낙은 수심겨워 나가 품팔이 하는구나
途窮平路險(도궁평로험) : 곤궁에 빠진 이들은 평탄한 길도
擧足劇褒斜(거족극포야) : 걷기 힘들기가 포야 언덕보다 험하구나

[출처] 화춘심(和春深)백거이(白居易)|작성자 북극곰

[최영미의 어떤 시] [70] 늦봄에 화창한다-제2수(和春深-其二)

입력 2022.05.16 00:00
 
 
 

어디에서 무르녹은 봄을 좋아할까?

빈천에 쪼들리는 집에 봄이 깊었으나

황량한 뜰 안 길 풀이 마구 자랐고,

사방 둘레에 시들은 꽃 흩어졌네

남편은 밭갈이에서 지쳐 돌아왔거늘,

아낙은 나가 고생스런 품팔이하네

곤궁에 빠진 그들에겐 평탄한 길도,

포야(褒斜)언덕보다 험난하여 걷기 힘드네

-백거이(白居易 772~846)

(장기근 옮김)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字: 樂天)가 지은 오언율시. 포야(褒斜)는 중국 섬서성에 있는 험준한 계곡이다. 5행의 ‘남편’(한시 원문은 ‘奴’)을 ‘종’으로 해석한 번역도 있는데 부인이 품팔이를 하는데 종을 부렸을까? 원진(元稹)이 쓴 ‘봄이 깊다(春深)’라는 시에 화답하여 지었다 하여 화춘심(和春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같은 제목의 시가 8수 있는데, 봄에 놀고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제1수와 비교해 읽으면 풍유(諷諭)의 뜻이 더 명확해진다. “부귀를 누리는 집에 봄이 깊었으니/(…)비단옷 걸친 미녀들이 대오를 짜고/ 금은보배 장신구로 수레를 장식했네/ 그들 앞에 고생되는 일 없거늘/오직 해가 짧아 걱정이리라!”(늦봄에 화창한다-제1수) 부귀한 집안과 빈천한 집의 봄을 실감나게 대비시킨 솜씨도 뛰어나거니와, 어려운 백성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백거이(白居易 772~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