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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디폴트 위기...푸틴의 우크라 침공이 경제 부메랑으로

최만섭 2022. 3. 16. 04:48

러시아 디폴트 위기...푸틴의 우크라 침공이 경제 부메랑으로

16일 1억1700만달러 갚아야

입력 2022.03.15 18:01
 
 
 
 
 
지난 10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시민이 미 달러화가 표시된 패널 앞을 지나고 있다./EPA연합뉴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 시각)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세계 금융 상황에 정통한 국제기구의 수장이 처음으로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러시아는 16일까지 1억1700만달러(약 1455억원) 상당의 달러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후에도 21일 6563만달러, 28일 1억200만달러, 31일 4억4653만달러 등 빚 상환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그러나 서방의 금융·경제 제재 때문에 빚을 갚기는 어려운 상태다. IMF를 비롯한 국제 금융가에서는 러시아의 디폴트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국제 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일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부도 바로 직전 단계(Ca)까지 10계단이나 끌어내렸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던 러시아가 24년 만에 다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국제 금융, 연쇄 충격파 우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이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 규모는 작년 9월말 현재 1215억달러(약 150조원)였다. 이탈리아(253억달러)·프랑스(252억달러)·오스트리아(175억달러)·미국(147억달러) 등의 대출이 많았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영국·일본·한국 등 48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고 이 국가들에 진 빚은 루블화로 갚아도 된다는 정부령을 지난 8일 발표했다. 하지만 루블화 지불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지난달 중순과 비교해 40% 정도 폭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채에 대한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다는 옵션은 없다.

러시아의 디폴트는 글로벌 금융에 연쇄 충격파로 이어질 수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러시아 국채 디폴트가 중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에 파급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을 일제히 내다 팔아 신흥국 환율·금리가 치솟고 금융 위기가 연쇄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찻잔 속 태풍’ 전망도

그러나 아직까지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러시아가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해외 은행들이 러시아에 빌려준 대출은 (다른 나라 금융기관들로) 시스템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도 금융 기관들이 작년 말 러시아에 빌려줬거나 투자한 규모는 14억7000만달러로 전체 대출·투자액의 0.4%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지난달 11억7000만달러(1조5000억원)로 줄었다.

 

러시아의 경제 기초 체력도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러시아 주 수입원인 유가가 현재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1998년 모라토리엄 때 10배를 넘고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도 양호하다”고 봤다. 1998년 국내총생산(GDP)의 135%였던 러시아 공공 부채 비율은 올해 18%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러시아가 16일 이자를 못 갚는다고 당장 부도가 나는 것도 아니다. 상환 유예 기간이 있어 시간을 번 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채무를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외화 채권은 15~30일, 루블화 국채는 10일의 유예 기간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이탈 등 국내 증시 당분간 불안

이미 국내 증시에서는 러시아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5조1000억원어치를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했다. 1월(1조6770억원)과 2월(1조6190억원) 순매도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외국인 이탈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2090조5479억원) 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비율은 지난 11일 기준 31.9%(666조1380억원)로 2016년 2월11일(31.8%) 이후 6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당분간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화 가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원화 약세)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파는 경향도 강해진다. 환율은 지난달 하순부터 1200원 선을 뚫고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악재도 남아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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