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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LIVE] 말로는 거들어도 함께 싸워주진 않는다

최만섭 2022. 3. 18. 04:39

[강인선 LIVE] 말로는 거들어도 함께 싸워주진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사회, 결의안·제재로 압박
미·서방 군사적 개입은 꺼려
혈맹 없는 설움이란 이런 것

입력 2022.03.18 03:0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일이 넘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무기와 제2의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홀로 참혹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 서방 지도자들은 목청 높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반면 유엔 안보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시도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유엔은 우회로를 택해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구속력은 없으니 상징적인 의미뿐이다.

미국 상원은 푸틴을 전범으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8억달러 규모의 군사장비를 지원하고, 푸틴의 이너 서클인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의회도 저마다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폴란드와 체코, 슬로베니아 등 3국 총리는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전장 한가운데인 키이우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소셜미디어엔 러시아군에 대항해 피눈물 나는 항전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응원이 넘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위기의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고, 화염병을 든 우크라이나인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운영하는 현지 ‘에어비앤비’에 예약을 했다가 ‘노쇼’함으로써 미리 지불한 숙박비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직접 기부하는 창의적인 지원 방안도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말로 거들고 돈으로 지원할 뿐 같이 어떤 나라도 같이 피 흘려 주지는 않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토록 애원해도 미국은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나 전투기 지원은 망설이고 있다. 미국과 서방이 군사 개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수십 가지다. 우크라이나가 동맹국도 아니거니와 핵을 가진 러시아와의 충돌을 원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처음 일어난 침략 전쟁이다. 한 국가가 자국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타국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일은, 적어도 EU를 만들어낸 유럽에선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푸틴이 등장하면서 오랜 규범은 깨졌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긴장하고 있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회원국 한 곳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이웃한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회원국이 되어 이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여러 번 문을 두드렸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움직임에 거꾸로 자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침략을 감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 관련 보도를 보면, 푸틴이 공격을 중단하고 철군 대가로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이다.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요약하면 우크라이나가 서방과의 연결점을 끊고 동맹 없는 나라가 되어 사실상 러시아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이 왜 그토록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 하는지를 단번에 이해시켜준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위기를 보면서 ‘만일 우리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이라고 자문하게 된다. 위기 시 같이 싸워줄 혈맹이 없다면 우리도 또 다른 우크라이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