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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비밀병기는 영부인”… 소셜미디어 여론전 진두지휘 나섰다

최만섭 2022. 3. 11. 05:44

“우크라 비밀병기는 영부인”… 소셜미디어 여론전 진두지휘 나섰다

입력 2022.03.10 18:1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젤렌스카 인스타그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동갑내기 아내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국민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 참상을 고발하는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국민을 독려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해 반전(反戰)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은 그를 ‘우크라이나의 비밀병기’로 표현했을 정도다.

미국 CNN은 9일(현지 시각) 젤렌스카 여사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집중 조명한 보도에서 “그의 게시물만큼 전쟁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린 것은 없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의 생존을 위한 전투에 집중하고 있고 나라의 수호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젤렌스카 여사가 공개한 사진과 글 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비밀병기”라고 치켜세웠다.

젤렌스카 여사는 지난달 24일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글을 써 적극적인 반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가족의 위치를 보안에 부친 탓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240만 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세계 각국에 전달 중이다.

전날 대통령 공식 웹사이트에 등장한 ‘나는 증언한다’는 제목의 편지를 쓴 사람도 젤렌스카 여사다. 그는 이 글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선전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작전’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란 행렬로 가득 찬 거리, 방공호에서 태어난 아이, 죽어가는 어린이 등 끔찍한 현실을 나열하기도 했다.

 
올레나 여사가 공개한 '나는 증언한다'는 공개 문건 표지. /올레나 인스타그램

앞서 젤렌스카 여사는 지난 6일에도 우크라이나 어린이 5명의 사진을 올리며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그는 각국 언론에 “러시아군 침공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참상을 보도해달라”고 했다. 개전 이튿날인 지난달 25일에는 “사랑하는 우크라이나인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두려워하거나 울지 않겠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 공격을 막기 위해 서방에 요구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는 민간인을 구한다는 핑계로 내일 당장 당신들의 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 (러시아)군을 막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핵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는 푸틴을 막지 않는다면, 모두가 안전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2019년 우크라이나 대선 토론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올레나 여사의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젤렌스카 여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같은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 출신이다. 대학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법학을 전공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2003년 결혼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쇼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했고, 공동 설립한 TV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한 적도 있다.

그는 애초 남편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반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한 인터뷰에서 “(남편이 대통령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승리 이후 남편과 세계 각국을 공식 방문하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어린이 보건과 기회균등, 문화 외교에 앞장서 왔다.